첫승 신고
마지막날 5언더파 몰아쳐
조정민 1타 차 제치고 우승
[ 조희찬 기자 ] 바람 많은 제주 같지 않은 날은 딱 3일에 불과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4라운드가 열린 7일. 대회장인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에 갑작스레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괴물 신인’ 조아연(19)이 마지막 18번홀을 마무리하고 2개 조 뒤에서 따라오던 김민선(24)이 종료까지 2개 홀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1타 차 2위였던 김민선은 당황한 듯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는 버디를 잡아야 했던 17번홀(파3)에서 강한 바람에 막혀 파에 만족해야 했다. 풍속이 초당 8m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기회인 18번홀(파5)에서 강풍은 그린으로 향하던 김민선의 두 번째 샷을 밀어냈다. 김민선은 세 번째 칩샷을 홀 옆에 붙이며 발톱을 드러낸 제주의 바람과 맞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민선은 1m 남짓한 거리의 버디 퍼트이자 연장 승부로 가기 위해 꼭 성공해야 할 퍼트를 놓쳤다. 공은 김민선의 퍼터를 떠나더니 빠르게 굴러 홀 왼쪽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당황한 듯 파 퍼트도 실패했고 결국 무너졌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기다리던 조아연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3타 뒤집기…괴물 신인 탄생 알려
조아연이 7일 열린 이 대회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내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공동 7위던 그는 이날만 버디 6개(보기 1개)를 잡아내며 대역전극을 썼고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가져갔다.
조아연은 지난해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 개인전 우승으로 KLPGA에 입회한 뒤 그해 11월 열린 2019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효성 챔피언십에서 6위를 차지한 뒤 두 번째 대회만에 지난해 신인왕 최혜진(20) 등 쟁쟁한 선배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전부터 경쟁자들에게 경계 1순위로 꼽혀온 그는 이번 우승으로 신인상 포인트 332점을 기록해 박현경(19) 등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그는 김민선과 8언더파로 동타인 상황에서 승부처인 마지막 18번홀에 들어갔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프린지로 보낸 뒤 퍼터를 꺼내든 그는 약 5m 거리에서 이글을 시도했다. 공은 홀 옆 약 30㎝ 거리에 멈췄고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조아연은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김민선이 있던) 주변에서 큰 소리가 나길래 당연히 퍼트가 들어간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김민선이) 또 퍼트를 준비해 우승인 것을 알았다”고 생생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3라운드까지 떨었지만 옆에서 편하게 치자는 캐디의 말에 안정을 되찾았다”며 “라인을 읽어준 캐디의 조언이 적중했다”고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막판에 경기를 뒤집은 뒷심에 대해 “제일 싫어하는 게 달리기인데 달리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아버지가 정말 달리기를 많이 시킨다. 하루 6~7㎞ 정도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1m 통한의 버디 퍼트 놓친 김민선
반면 김민선은 2017년 4월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이후 2년 만의 정상에 도전했으나 통한의 1m 퍼트 실패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는 초반 3타를 잃은 뒤 12번홀(파4)까지 버디 5개를 낚아채며 단독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15번홀(파5) 세 번째 샷에서 공이 해저드에 빠지는 등 후반에 타수를 지키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마지막 짧은 파 퍼트까지 놓치면서 공동 3위로 순위가 급락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3타를 줄인 조정민(25)이 단독 2위를 차지했다. 김민선과 함께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최혜진은 첫 홀 더블 보기 등에 흔들리며 3타를 잃었고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 공동 9위에 머물렀다. 디펜딩 챔피언 김지현(28·한화큐셀)은 합계 1언더파 287타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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