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협상 중재' 카드 관심
[ 박동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올바른 합의(right deal)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28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한 ‘빅딜(일괄 타결)’을 수용하라는 강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유대인연합회(RJC) 연례행사에 참석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다시 밝혔다. “우리는 북한과 잘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뗀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톱 다운’ 방식을 통한 김정은과의 핵 담판 틀이 유지될 것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당장) 말할 수는 없다”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올바른 합의’라는 용어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미국은 하노이 ‘핵 담판’에서 북측에 핵무기·물질의 미국 이전,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동결 및 해체를 요구하는 ‘빅딜 문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백악관이 대화와 제재·압박의 병행 전략을 고수하기로 하면서 김정은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11일 최고인민회의 소집을 앞두고 있다. 전일 CBS 방송에 출연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비핵화를 향해 미국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김정은도 미국과 공유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길’에 대한 도발적인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양강도 삼지연군과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평안남도 양덕온천관광지구 등 주요 건설사업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자력갱생’ 기조를 재확인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내외적으로 밝힐 김정은의 성명도 제재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결속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압박과 제재를 계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청와대는 워싱턴DC에서 한국시간으로 12일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핵협상 재개를 위한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하노이 회담은 결렬이 아니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란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종 비핵화 전까지 몇 가지 중요한 조기 수확을 거둘 필요가 있다”며 3차 미·북 정상회담은 ‘충분히 좋은 합의(굿 이너프 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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