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우 기자 ] “(제로페이 결제할 때) 비밀번호 입력하셔야 합니다.”(담당 국장) “업그레이드돼서 입력할 필요 없어요.”(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과 담당 국장 간에 제로페이 결제 방식을 두고 잠시 말이 엇갈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8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의 역사책방에서 열린 제로페이 가맹 ‘10만 호점’ 기념행사에서다. 벌써 네 번째 시연회에 참석한 박 시장이 이런 해프닝을 거쳐 세 권의 책을 결제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직접 시연을 지켜본 사람들에겐 카드 결제나 카카오페이 등 다른 인터넷 결제에 비해 불편하다는 점이 두드러지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사용자 편의 개선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제로페이를 이용하려면 일단 은행 앱(응용프로그램)에 접속한 뒤 기본 화면에 뜨는 제로페이 버튼을 누르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해야 한다. 휴대폰에 QR코드 촬영 화면이 뜨면 점포 계산대에 부착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찍는다. 그리고 결제금액까지 입력해야 비로소 결제된다. 복잡한 절차 탓에 박 시장도 그간 있었던 시연회에서 1만원을 10만원으로 잘못 결제하거나 수차례 결제를 반복하는 해프닝을 여러 번 빚었다.
서울시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목표로 한 생활밀착형 자영업 점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 호점이 가입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이나 자영업 점주들도 사용자 편의를 뒤로 미룬 ‘가맹점 수 채우기’식 행정에 불만을 토로한다. 공무원 노조는 서울시가 애초 약속과 달리 지난달까지 예정됐던 제로페이 실적 평가 기간을 이달로 늘리자 1인 시위에 나섰다. 인근 음식점 점주는 “가맹점 수 기준으로 행사를 여는 게 자랑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도 가맹점 수는 7만여 곳으로 늘었지만 결제액은 5억3000만원에 그쳤다.
서울시는 네이버, 시중은행 등 9개 결제사를 끌어들여 5~7월에 사은품 추첨, 기프티콘 증정 등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박 시장은 “가맹점 확대가 시민의 제로페이 사용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도 쓰기 어려운 제로페이를 일반인이 쉽게 쓸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돌아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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