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크고 비싼 게 좋다"…차도 가전도 '대형화·고급화' 바람

입력 2019-04-09 11:01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형,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16.73%로 2013년 12.10%보다 4.63%포인트 높아졌다.

브랜드별로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메르세데스벤츠(27.15%)와 BMW(19.38%)가 절반에 가까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욱 고가인 수입차 브랜드의 점유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말 고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브랜드인 랜드로버 4.52%, 억대 스포츠카 포르쉐와 마세라티의 점유율은 1.64%와 0.63%로 집계됐다. 포르쉐의 경우 올들어 점유율이 3.17%까지 크게 올라갔다.


최저 4억원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와 최고가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도 올들어 0.07%와 0.04%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산차도 대형화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기량 2000cc 이상 대형 자동차의 내수 판매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올 들어 대형차 판매비중은 32.73%로 지난해 29.05% 보다 3.68%포인트가 높아졌다.

가전 제품도 프리미엄 가전이 뜨고 있다. 최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대형 TV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이마트가 최근 3년간 TV 매출을 분석한 결과, 65인치 이상 TV 매출 비중이 올해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2017년 30% 수준에 불과하던 65인치 이상 TV 비중은 지난해 41%로 증가하더니,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화질, 스마트 기능 등 기능적인 측면을 내세운 프리미엄 TV의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색 재현율을 높여 최상급의 화질을 구현한 OLED, QLED의 판매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이 제품 매출은 지난해 280%에 이어 올해 103% 증가했다.



건조기도 대용량 제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건조기가 '필수 가전'이 되면서 올해 '16kg 초대용량 건조기'가 건조기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건조기 매출의 99.8%가 9kg 건조기였고, 지난해에는 65%가 14kg 제품이었다. 매년 더 커진 용량으로 건조기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의류관리기 또한 보관할 수 있는 의류(상의 기준)가 기존 3벌에서 5벌로 늘어난 대용량 제품 성장이 두드러진다. 5벌까지 보관이 가능한 대형 의류관리기는 지난해 이마트 의류관리기 매출 중 45%를 차지한 데에 이어, 올해 3월까지는 10배 이상 신장하며 매출 비중도 80%로 급증했다.

2개 이상 다른 종류의 가전 기능이 결합된 '컨버전스 가전' 또한 고가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에어컨은 전통적인 기능인 냉방 기능에 더해 공기청정 기능 등 다른 가전에서 지원하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 인기다. 2017년 매출 비중이 22%에 불과했던 공기청정 기능 에어컨은 지난해 35%로 확대됐고 올해는 70%로 대폭 늘어났다.

소형 가전에서도 고급화 추세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이슨 V시리즈, LG 퓨리케어 등 100만원이 넘는 고가 소형 가전 제품들의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100만원 이상의 고가 청소기는 지난해 38.8% 신장한데 이어 올해 3월까지 55.1%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100만원 이상 제품이 매출의 11%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253% 신장하며 매출 비중 또한 22.6%로 2배 이상 커졌다.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증가는 고소득층이 제품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가성비를 많이 따지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오히려 가성비와 상관없는 품목"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의 주 타깃층은 주로 돈이 많은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을 업체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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