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카페 매출이 10년 새 급격히 늘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 카페 매출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261억달러, 중국은 51억달러, 한국은 43억달러였다. 2007년만 해도 한국의 카페 시장 규모는 세계 7위였다. 액수로는 6억달러였다. 11년 만에 시장 규모가 7배 이상 커진 이유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구(5181만 명)와 미국 인구(3억2909만 명)를 비교하면 1인당 카페 수는 한국이 훨씬 많다. 캡슐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믹스 부문에서 한국 커피 시장은 지난해 19억달러(약 2조1536억원)로 세계 10위였다.
커피 업그레이드 ‘원년’
올해 커피업계는 ‘스페셜티 커피 대중화’를 외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커피 품질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말한다.
투썸플레이스는 2014년부터 원두 이원화 전략을 쓰고 있다. 중남미 산지의 고품질 원두를 다크 로스팅 기법으로 볶아 진하고 깊은 풍미를 내는 ‘오리지널’과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미디엄 로스팅해 깔끔하고 산뜻한 맛을 낸 ‘스페셜’ 등 두 가지로 나눠 고를 수 있게 했다. ‘신논현역점’ 등 일부 매장에서는 스페셜티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2018 할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최준호 바리스타의 블렌드 레시피를 담은 스페셜티 원두와 드립백 ‘챔피언 블렌드 19’를 내놨다. 프리미엄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라인업의 스페셜티 원두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챔피언 블렌드 19는 에티오피아와 브라질 등 두 원산지의 생두를 6 대 4 비율로 블렌딩했다.
엔제리너스는 고급 커피에 익숙해진 입맛을 따라잡기 위해 바리스타 등 전문가와 소비자로 이뤄진 평가단 시음회를 1년여 동안 열었다. 시음회 평가에 따라 원두 블렌딩도 바꿨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콜롬비아 수프리모, 브라질 NY2 등 세 가지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배합했다. 엔제리너스의 새로운 원두 블렌딩은 흑설탕의 달콤함과 견과류의 고소한 향을 살린 게 특징이다.
RTD 커피의 진화
편의점 등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커피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레쓰비는 1991년 출시돼 매년 4억 캔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레쓰비 연유커피’ ‘레쓰비 솔트커피’를 내놓고,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레쓰비 연유커피와 솔트커피는 최근 여행을 소재로 한 콘텐츠와 해외 여행객 증가로 각 나라의 현지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점에 주목해 선보인 제품이다. 해외 현지에서 유명한 이색 커피를 여행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빙그레의 커피 브랜드 아카페라는 새로운 컵커피 제품 ‘아카페라 잇츠라떼’를 출시했다. 다크 캐러멜과 리치 연유 등 2종으로 브라질, 에디오피아, 콜롬비아의 원두를 블렌딩해 풍부하고 부드러운 커피향을 살렸다. 아카페라는 국내 페트 커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커피 브랜드 조지아는 ‘조지아 고티카 빈티지’로 프리미엄 RTD 시장을 이끌고 있다. 720시간 숙성한 커피 열매를 사용해 풍부한 커피 아로마를 살렸다. ‘조지아 고티카 빈티지 블랙’ ‘조지아 고티카 빈티지 라떼’ ‘조지아 고티카 빈티지 스위트 아메리카노’ 등 3종이다.
동원F&B의 ‘덴마크 커핑로드’는 세계로 떠나는 커피 여행이라는 테마로 3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 인도네시아 만델링 원두, 인도 카피로얄 원두 등 세계 각국의 고급 원두를 사용해 만든 최상급 프리미엄 커피다. 덴마크 커핑로드는 기존 30% 수준이던 원유 함량을 업계 최고 수준인 50%로 늘려 더욱 부드럽고 진한 게 특징이다.
매일유업의 컵커피 브랜드 ‘바리스타룰스’는 국내 컵커피 시장 1위 제품이다. 원두 로스팅 후 1주일 이내 분쇄하며, 분쇄 후 24시간 안에 추출하고, 추출한 커피를 제품으로 생산하는 데도 24시간 이내에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세계 생산량의 1%에 해당하는 귀한 고산지 원두를 엄선해 원두 특성에 맞는 로스팅은 물론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듯 섬세한 추출 방식을 적용해 커피의 맛과 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스턴트 커피도 고급화 바람
커피 전문기업도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 전문기업 동서식품은 2011년 출시한 ‘맥심 카누’를 최근 업그레이드해 ‘맥심 카누 시그니처’로 내놨다. 향보존 동결 공법을 적용해 신선한 원두의 풍부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용량도 카페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구현했다. 카누 시그니처는 200~240mL 물의 양으로 커피를 타서 마실 때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 용량을 기존 제품(카누 미니) 대비 두 배 이상 늘린 2.1g으로 출시했다.
봄을 맞아 한정판 ‘맥심 카누 스프링 블렌드 아메리카노’도 나왔다. 100%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사용해 꽃향기와 과일향이 풍부하다. 지난해 처음 출시한 봄 한정판으로 패키지에도 벚꽃이 그려져 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카누 스프링 블렌드’는 출시 보름 만에 9만5000여 개가 팔렸다. 올해는 12만 개만 생산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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