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민기 기자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3기 신도시 등 각종 개발 호재를 미끼로 토지를 매각하는 기업형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예정된 부지 인근에 그린벨트로 묶여 있거나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매입해 지분 형태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수법을 쓴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정보 서비스업체 밸류맵은 작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기업형 기획부동산이 매매한 토지 거래가 1만1646건에 달했다고 9일 밝혔다. 전체 토지거래 건수 18만1369건의 6.4%에 이르는 규모다. 밸류맵은 매달 특정 지번의 토지를 일정한 면적으로 상품화해 정가에 지분 거래한 경우 이를 기획부동산 매매로 추정했다. 최소 20건 이상 지분거래가 이뤄진 지역으로 한정했으며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은 제외했다.
기획부동산 추정 거래 건수는 3기 신도시 및 GTX사업이 이뤄지는 등 개발 호재가 많은 경기도가 가장 많은 7393건이었다. 경기도 전체 토지 거래량(4만3764건)의 16.9%다. 충청남도(930건), 세종시(802건), 강원도(700건), 인천시(547건) 순으로 거래 건수가 많았다. 특히 세종시의 기획부동산 거래는 총 토지거래 건수(2619건)의 30.6%에 이른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인근의 토지를 매입한 뒤 지분을 거래할 투자자를 모집한다. 블로그와 텔레마케팅을 통해 투자자에게 접근한 뒤 총금액의 10%를 입금하는 순으로 토지를 배정받을 수 있게 해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지분판매 금액은 해당 토지 매입금액보다 수배가 넘는 금액으로 책정된다. 이와 같이 매각된 토지는 그린벨트 등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고 여러 명의 지분권자가 나눠 소유하기 때문에 토지 이용에 제한이 많다는 것이 밸류맵 측의 주장이다.
밸류맵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금토동의 한 토지는 제3테크노밸리 개발을 틈타 3.3㎡(평)당 약 3만6600원에 토지를 매입한 뒤 이를 23만원에 매각했다. 이달 기준 지분권자로 등기상 등록돼 있는 사람은 3008명이다. 스피드스케이트장 건립을 추진 중인 경기 의정부 가능동의 일부 토지도 기획부동산이 매각한 정황이 드러났다. 등기상 이곳을 소유한 사람은 600여 명에 달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은 법인명을 수시로 변경하거나 휴폐업 및 신규법인 개설 등을 반복해 1~2년이 지나면 매각한 법인을 찾을 수 없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일수록 이를 틈타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