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펄어비스·하이닉스…'실적 쇼크'에 떤다

입력 2019-04-09 17:36  

1분기 기업 이익추정치 '뚝뚝'

영업익 컨센서스 석달새 30%↓
반도체·정유·화학株 '쇼크' 우려
달리던 전기차 배터리株도 하향



[ 송종현 기자 ] 지난 5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문을 연 1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대만 등 주요국 상장사들의 실적도 둔화됐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흐름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외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미·중 무역전쟁 종전 기대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전력 적자 지속할 듯”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 대상 68개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총 21조2333억원으로 3개월 전(30조6633억원)보다 30.7% 감소했다. 이는 1개월 전(23조9310억원)보다도 21.9% 작은 규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분석을 맡은 기업들의 예상실적을 지속적으로 수정한다. 실적 발표일에 가까워 내놓은 추정치일수록 실제 실적과 비슷해지는 흐름을 보인다.

한 달 전보다 가장 큰 폭으로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감소한 곳은 한국전력이다. 2883억원에서 74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초엔 원자재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작년 4분기에 구입해둔 원료가 1분기에 투입되면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근에 나온 보고서들은 적자가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펄어비스(1개월 전 대비 컨센서스 증감률 -37.5%) SK하이닉스(-28.8%) 실리콘웍스(-26.9%) 원익IPS(-23.9%) 풍산(-18.8%)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반도체·정유·화학 부진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및 장비, 경기둔화 여파로 제품마진이 급격히 축소된 정유·화학의 실적쇼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및 장비업종 내 SK하이닉스 실리콘웍스 원익IPS가 1개월 전 대비 컨센서스 감소폭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화학업종도 LG화학(-16.1%) SK이노베이션(-11.6%) 대한유화(-9.2%) 에쓰오일(-8.2%) 롯데케미칼(-7.8%)이 당초 컨센서스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유·화학 기업들은 작년 4분기 급락기에 구입해둔 원유를 올해 1분기에 생산설비에 투입한 까닭에 원재료 비용 감소효과를 봤다. 그러나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 부진이 계속되면서 주요 제품 마진이 회복되지 않았다.

최근 수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전기차 배터리 종목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480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12.7% 하향 조정됐다. 연초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의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美서도 실적쇼크 우려 확산

1분기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곳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도 S&P500 지수 구성종목들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이 2.4%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S&P500 상장사들의 분기 EPS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은 2016년 1분기 이후 3년 만이다. “2분기엔 1년 전보다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종 비중이 높은 대만도 MSCI 대만 지수 구성종목들의 1분기 EPS가 3.4%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주요 상장사들이 악화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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