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구조의 금융투자 상품
[ 강영연 기자 ] 신한금융투자가 퇴직연금에 편입할 수 있는 상장지수증권(ETN)을 10일 선보인다. 퇴직연금용 ETN은 이 상품이 유일하다. 지난달 취임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병철 사장(사진)의 ‘첫 작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ETN은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주가연계증권(ELS)처럼 발행 시점에 정해진 수익구조에 따라 투자 손익이 결정되며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해 중도에 환매하면 수수료 부담이 큰 ELS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지난해 양매도 ETN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자산가들의 ‘애장품’으로 떠올랐지만 퇴직연금에는 담을 수 없었다. 사모집합투자증권, 파생상품, 40% 이상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파생형 펀드 등을 편입할 수 없도록 한 퇴직연금 규정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을 지키면서도 퇴직연금에 담을 수 있는 ETN을 만들기 위해 신한금융투자는 원금 손실률을 30%로 제한하는 콜옵션 구조의 손실제한형 상품을 설계했다. 지난해 선보인 ‘신한 코스피 콘도르 4/10% ETN’과 ‘신한 코스피 콘도르 6/10% ETN’을 활용했다. 김홍기 신한금융투자 에쿼티본부장은 “ETN은 판매수수료 등이 들지 않아 펀드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며 “양매도 ETN과 같은 옵션 전략형 상품은 구조는 복잡하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상관관계 및 변동성이 낮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손실제한형 ETN을 시작으로 퇴직연금용 상품을 잇따라 추가할 계획이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시장에서 2조원 정도 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중간에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에 매력적인 공략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지난달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사장의 사실상 첫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에 내정된 후 “퇴직연금에 포함될 수 있는 ETN을 만들라”고 실무자들에게 지시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