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전성시대] (中) 월 3만원이면 미술품도 정기배송…구독경제에 뭉칫돈 몰린다

입력 2019-04-10 08:53  

'블루미'·'밀리의 서재' 등 스타트업에 투자 열풍



구독경제가 인기를 얻자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구독서비스인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에 모집 정원인 50명을 모두 채웠다. 현재 850여명의 초과 가입자가 발생하는 등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 셀렉션'이라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쏘나타·투싼·벨로스터를 월 72만원에 월 2회씩 교체해 탈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스크팩 정기 배송 서비스인 '스테디'도 인기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일반·보습·미백·영양 등 총 4종의 마스크팩을 선택하고 배송 횟수, 주기 등을 정할 수 있다. 이용 횟수 등에 따라 요금은 달라진다. 애경산업의 '플로우'는 2주에 한 번 화장품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한 번만 신청하면 매 번 주문할 필요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맞춰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구독경제는 신생 벤처기업들에서 더 활발하다.

스타트업 '데일리샷'은 한 달에 9900원만 내면 제휴된 술집에서 매일 술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지 1년 만에 누적 회원 수 5000명을 돌파했다. '밀리의 서재'는 9900원에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곳이다. '벨루가'는 전문가들이 추천한 수제맥주를 정기배송 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매월 최저 3만9000원을 지불하면 3개월에 한 번씩 미술 작품을 배송해주는 '오픈갤러리'도 구독경제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업체다. 고가의 작품을 직접 사는 것보다 부담이 적고 주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월 3만9000원에 매달 다른 쿠키박스를 받아볼 수 있는 '월간 쿠키'도 눈에 띄는 곳이다. 스타트업 '꾸까'는 꽃을 정기배송 해준다.

구독경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조짐이 나타나자 투자 열풍도 거세다.

지난해 6월 오픈한 국내 꽃 구독업체인 '블루미'는 창업 6개월 만에 미(美)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인 '500스타트업'으로부터 시드(Seed·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500스타트업이 화훼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500스타트업은 2010년 설립 이래 전세계 20여개국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500스타트업코리아는 2015년 한국에서 첫 펀드를 조성한 이래 4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전자책 구독 스타트업인 '트레바리'는 지난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창업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같은 분야의 '리디 셀렉트'를 운영하는 리디북스도 최근까지 335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미술품 정기배송 스타트업인 '핀즐'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1억원을 모았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가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미국의 '무비패스'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극장판 넷플릭스'라고 불렸던 무비패스는 한 달에 9.95달러(한화 약 1만1000원)를 내면 미국 91%의 극장에서 매일 영화 1편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초기 반응도 좋아 2017년에는 수 백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문제는 수익모델을 잘못 설계한 탓에 큰 손실을 냈다는 점이다. 초기에 가입자가 너무 몰리면서 비용 감당이 안됐다.

국내에서는 'LG생활건강'과 '미미박스', '프로젝트앤'과 같은 업체가 구독서비스를 시행했다가 종료했다.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본궤도에 올려놓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연 건양대 글로벌의료뷰티학과 교수는 "구독경제 성패의 핵심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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