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산 제품 보복관세 준비
캐나다도 거센 반격 예고
[ 선한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온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등으로 무역전쟁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세계 각국과의 무역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실행 검토에 들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를 거론하며 110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의 EU산(産)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EU는 보복관세를 결정하기 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를 요청하겠지만 보복관세를 실행할 준비는 해둘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조치가 무역협상과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번 관세 부과는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것이지 다른 무역 사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른트 랑게 EU 의회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도발”이라며 “협상장에 총을 들이대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미국이 무역전쟁을 계속하고 대상도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외 다른 국가와의 무역 관계도 재정립하길 원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무역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무역전쟁을 벌이던 중국과는 합의안 작성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긴장이 팽팽한 상태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은 기록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거나, 아니면 아예 결과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맺었지만 캐나다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르면 다음주 미국을 겨냥한 보복관세를 강화하기 위해 대상 품목을 조정할 계획이다.
미국과의 무역 협의 사안이 남은 국가도 많다. 미국은 이달 중순 일본과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에 들어간다. 한국, 일본, EU, 멕시코 등 세계 각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이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임 기간엔 이 같은 무역분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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