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하나금융투자 전무 13억
박정숙 대신證 실장은 8.5억
[ 강영연 기자 ] 증권사에서 사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연봉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 등에 비해 덜 보수적인 증권가에서부터 ‘급여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체 임직원 연봉 평균에서 여성 직원이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남녀 간 격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억원대 연봉퀸 속속 탄생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명희 메리츠종금증권 전무의 지난해 급여는 25억829만원을 기록했다. 10대 대형 증권사 여성 임직원 중 가장 높다.
이 전무의 연봉은 1억2000만원이지만 23억819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총 급여가 많아졌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17억7436만원)보다 연봉이 높다.
강남금융센터에서 프라이빗뱅커(PB)로 일하며 중소기업과 고액자산가에게 신뢰를 쌓은 것이 이 같은 보너스를 받게 된 이유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한 번 관계를 맺으면 기업공개(IPO)에서부터 상장 후 자금 조달까지 종합적인 기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이 전무의 강점으로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보너스 지급 방식도 높은 연봉을 가능하게 했다. 여러 해에 걸쳐 보너스를 나눠 주는(이연성과급 방식) 다른 증권사와 달리 메리츠종금증권은 즉시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 전무는 “실적이 모든 걸 말해주는 영업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유리천장’을 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영희 미래에셋대우 영업전무도 지난해 20억6500만원을 받았다. 최현만 수석부회장(22억9000만원)에 이어 미래에셋대우의 ‘넘버2’ 자리에 올랐다. 이민정 하나금융투자 영업전무(13억200만원), 박정숙 대신증권 상담실장(8억5800만원) 등도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취임한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국민은행 재직 시절 12억1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연봉자 네 명은 모두 지점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통’이다. 또 고액자산가들이 모여 있는 서울 선릉, 양재 등 강남권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에서 일하는 PB는 스타급이라 하더라도 연봉이 10억원 미만이지만 증권사는 성과급이 많아 사장보다 많은 연봉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
연봉퀸의 등장에도 증권업계 남녀 임금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증권사가 사업보고서에서 고액 연봉자로 자체 공개한 48명 중 여성은 네 명에 불과했다.
10대 증권사에 다니는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남성 직원의 6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인당 8000만원으로 남성(1억3000만원)의 61.5%에 불과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연봉 차이가 가장 컸다. 남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5600만원이지만 여성은 7700만원으로 남성의 절반(49.4%)도 되지 못했다.
키움증권도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4900만원)가 남성(9300만원)의 절반(52.6%)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60.6%), 하나금융투자(61.3%), 미래에셋대우(62.7%), NH투자증권(62.6%), 신한금융투자(63.9%), 삼성증권(65.5%), 대신증권(66.3%), KB증권(69.6%) 등도 여성의 평균 급여가 남성의 60%대에 머물렀다.
가장 큰 이유는 업무의 차이가 꼽혔다. 여성 직원은 성과 기반으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영업,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의 분야보다는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고위직에 오른 여성이 많지 않다”며 “과장급 이하에서 여성의 비율이 늘고 있어 연봉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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