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직원 구모씨와 최모씨 등 8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구씨와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이모씨와 삼성증권 전 팀장 지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80시간을 부여했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1000만~2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이주영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규모가 크고 주식시장에 준 충격이 작지 않다"며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을 본질로 해 돈에 관해 더욱 철저해야 할 금융업 종사자가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배반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회사 측 전산시스템 허점과 입력 실수에서 (사건이) 비롯된 점 ▲구씨 등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거액이 입력되자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회사 측에서 인지한 즉시 사내방송이나 개별 문자 메시지 등으로 매도금지 공지를 했다면 손해규모가 상당히 축소되거나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모두 사고처리와 피해 축소에 적극 협조한 점 ▲실제 이익을 취한 것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8명은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실수로 잘못 전달된 주식을 매도, 회사와 투자자에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하면서 삼성증권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의 매매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대차비를 제공하고 주식을 빌리는 등 92억원의 손해를 봤고,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일반 투자자도 큰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구씨와 지씨에 대해 징역 4년, 나머지 6명에 대해서도 징역 1~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구씨와 지씨에게는 각각 벌금 1억원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는 지난해 4월6일 담당자의 전산 실수로 발생했다. 우리사주 1주당 1000원씩을 배당해야 할 것을 주당 1000주씩을 배당했다. 결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약 28억주가 배당됐다. 사고 전날 종가(3만9800원)를 감안하면 시장가치가 112조원에 이르는 유령주식이 배당된 것이다.
사태는 일부 직원들이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역대급' 금융사고로 확대됐다. 사고 당일 오전 9시35분부터 10시6분 사이 직원 21명이 매도 주문을 했고 여기서 16명의 501만주(약 1820억원) 주문이 체결됐다. 나머지 5명의 주문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여파로 삼성증권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최고 11.68%까지 떨어졌다. 개별 종목 주가가 일정 기준 이상 급변동할 경우 거래를 제한하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7차례나 발동됐다.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잘못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 2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계약 체결 직후 상사에게 보고하는 등 의도성이 작은 것으로 보이는 13명은 불기소 처분했고, 나머지 8명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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