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노조가 강원도 산불 당시 재해방송 전환이 늦은 데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재난방송을 해야할 시간에 방송된 ‘오늘밤 김제동’은 국민들을 더욱더 화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KBS 공영노조는 10일 ‘산불재난 외면 김제동 방송, KBS는 공공의 적이 되었나’는 제목의 노보를 통해 "불 활활 타오를 때 산불 대피요령 안내 자막조차 방송하지 않았다. 재난 주관방송이지만 컨트롤 타워조차 없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KBS 공영노조도 "부실 재난 보도의 이유는 산불이냐 홍수냐가 아니라,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재해방송 체제로 들어가는 결정을 왜 신속하게 하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노동조합(제1노조)은 이날 '인사 참사가 보도 참사 불렀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KBS는 2017년 파업 기간에 발생한 충북 제천 대형 화재 참사와 포항 지진 때도 적은 인원으로 단독 보도를 하면서 충실히 재난방송의 역할을 했다"며 "현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특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문제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는 재난방송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을 적폐로 몰아 업무에서 배제한 결과"라고도 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임원 회의에서 "산불과 관련한 재난방송 매뉴얼에 구체성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신속한 특보 체제 전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영진과 보도국 수뇌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가 국가재난방송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면서 "KBS는 이번 산불에도 김제동의 저질 말장난을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식이) 궁금할 때는 연합뉴스TV나 YTN을 튼다"면서 "KBS는 뉴스를 몇 번 하지 않고 하루종일 뉴스를 하는 연합뉴스TV나 YTN이 신속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8일 "KBS의 이런 일탈행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이런 대형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방송을 하지 않고,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을 버젓이 계속 방송한 것은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는 ‘국민의 방송’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노조 방송’, ‘좌파 방송’으로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난 수준의 산불이 발생했던 지난 4일 KBS 1TV ‘뉴스9’는 세 차례 현지와 연결 방송을 진행했지만 뉴스가 끝난 뒤 정규 편성된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다.
첫 특보는 오후 10시53분에야 시작돼 11시 5분까지 10여분 정도 진행됐다. 이어 정규프로그램인 생방송 ‘오늘밤 김제동’이 방영됐다. 이후 11시25분이 돼서야 특보 체제로 전환됐다.
YTN와 연합뉴스TV는 각각 밤 10시와 10시40분 재난방송을 시작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재난방송 시스템에 전반적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방송사, 특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KBS)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재난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나 외국인도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 받도록 재난방송 메뉴얼과 시스템 전반에 개선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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