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지분을 내놓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라는 뜻이다.
11일 금융감독 당국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전날 회의를 갖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검토한 결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담보의 가치는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5000억원을 더 빌려달라는 요청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채무 가운데 시장성 채무 비중이 너무 높고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담보의 가치도 너무 적어서 이대로는 채권단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박 전 회장에게는 아시아나항공 자체를 매각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대 항공사에 해당하는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매수 희망자들이 적지 않다"며 "신주발행 형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팔면 아시아나가 올해 갚아야 하는 자금을 메울 수 있고, 팔아서 받은 대금으로 금호산업도 그럭저럭 운영할 수 있겠지만, 아시아나를 팔지 않겠다고 버티면 박 전 회장은 아무 것도 갖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 측은 앞서 산업은행에 박 전 회장 외에 부인과 딸이 가지고 있는 금호고속 보유지분 4.8%까지 담보로 맡기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 회사인 만큼 회사 경영권을 내놓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는 금호고속 지분(56.9%) 중에서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 지분 42.7%가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어 실제 이번 자구계획안의 가치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조7000억원어치 규모 부채를 갚아야 한다. 총 3조원에 이르는 부채 중 은행 위주의 채권단이 빌려준 돈은 약 1조원 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ABS 등 시장성 채무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추가로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채권단에게서 아무 것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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