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간 수익률 양극화 뚜렷
[ 최만수 기자 ]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모든 헤지펀드운용사가 잘나가는 건 아니다. 운용사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서 전문사모운용사가 우후죽순 늘었지만 거의 절반이 적자를 보고 있다. 자본금을 다 날리고 문을 닫는 운용사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운용사 169개사 중 47.3%인 80개사가 지난해 적자를 봤다. 작년 10월 시장이 단기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헤지펀드운용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의 운용목표가 무색하게 큰 손실을 본 업체가 많았다. 대신자산운용의 헤지펀드들은 작년 평균 29.51% 손실을 냈다. 트리니티(-26.57%), 제이앤제이(-18.54%), 파레토(-17.46%), 페트라(-15.64%), 마이퍼스트에셋(-11.66%) 등의 수익률도 부진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업계 1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창립 15년 만에 반기 기준 첫 손실을 낼 정도로 헤지펀드운용사들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스피지수의 수익률(8.99%)을 따라가지 못하는 헤지펀드가 수두룩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급등세를 예상하지 못하고 공매도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많다는 전언이다.
한 헤지펀드운용사 대표는 “수익률이 좋은 일부 인기 운용사에 자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헤지펀드운용사들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 시장의 진입 문턱을 점점 낮추고 있다. 2015년 전문 사모펀드 운용회사 설립 요건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완화했고 올해 초 다시 10억원으로 낮췄다. 전문사모운용사는 2016년 말 79개사에서 작년 말 169개사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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