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설 기자 ]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다. 5G(5세대 이동통신)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앞다퉈 상용화 경쟁을 벌이며 세계적 화제도 됐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다.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그리고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게 됐다.
제대로 터지지 않는 곳도 많고, 요금 이슈도 있어서 소비자 만족도는 아직 높지 않다. 이런 문제는 결국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미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1990년대 인터넷의 상용화, 2007년 아이폰 탄생과 비견될 만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봐야 옳다.
초고속 5G라는 새로운 무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는 사라진 것들을 생각해보면 좋다.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원고지가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나타난 이후에는 삐삐나 구형 휴대폰은 물론 수첩, 노트북컴퓨터, 카메라, 심지어 내비게이션까지 없어지고 있다. 이런 기술에 첨단 서비스가 입혀지면 혁신은 더욱 가속화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면서 극장, 심지어 TV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새 기술이 혁신가들에게 주는 매력은 위협과 동시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변화에 무디거나 과거에 집착하는 이들에겐 큰 위협이 되지만 변화하려는 이들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된다. 아이폰이 연 스마트폰 시대는 신흥 ‘앱(응용프로그램) 갑부’들이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존 은행을 위협하는 각종 ‘페이’도 스마트폰 시대의 총아다. 단순히 배달집하장이었던 물류센터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서비스를 만나면서 제조업을 송두리째 발밑에 두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게 됐다.
당연히 5G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단순히 강의 동영상이 아니라 실제 강의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또 다른 시청각 교재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강의가 가능해진다면 과연 대학교의 의미는 어떻게 바뀔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이어주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일상화되면 기존 건물이나 기기도 디지털 서비스를 할 수 있다. VR 기기를 통해 손으로 다듬으며 만든 모델을 USB에 그대로 저장할 수 있다면 건축이나 설계의 개념도 전혀 달라지는 것 아닐까.
대성공 꿈꾸는 도전 기회로
자율주행과 자율비행, 실시간 원격 조종이 가능해진다면 테러리스트 본부를 습격하는 데 작은 드론 몇 개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수많은 CCTV(폐쇄회로TV)와 센서만 있다면 스마트공장은 물론 스마트시티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인프라가 바로 5G다.
5G 시대에도 결국 블루오션은 가치 혁신에 있다. 더 나아진, 더 빨라진, 더 편한 환경에서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찾아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아는 데는 양극단이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모르는 것까지 찾아내는 방법이다. 반대로는 고객 단 한 명을 연구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할 수 있다면 전 세계에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때로 필요하다.
5G라는 새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특히 미디어라는 개념은 완전히 달라진다. 혼자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온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고 짜릿한 체험까지 줄 수 있다면 내가 곧 방송국이 되는 것이다. 기득권이 있는 회사라고 유리한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과거에 매여 불리해질 수도 있다. 5G라는 새 기술이 부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왕이면 그 기회를 잡는 주인공의 길을 가야 한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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