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떠돌던 항일 의병장의 문집 책판(冊板)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책판의 귀환에는 외국계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이 컸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895년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지역의 의병장으로 활동한 척암 김도화 선생의 문집 책판을 지난 3월 독일 경매에서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11일 발표했다.
귀환한 '척암선생문집 책판(拓菴先生文集冊板)'은 김도화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남긴 글을 손자와 문인들이 1917년 목판으로 간행됐다. 책판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으로도 등재돼 있다. 김도화 선생은 조선 말기 영남지역의 대학자이자 의병장으로 활동했다.
책판의 환수에는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이 컸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미국 게임회사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책판 경매에 사용한 비용(5000 유로) 전액을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한 자금에서 활용했다.
라이엇게임즈의 도움으로 문화재가 환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귀환에도 기여했다. 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는 “게임도 문화라는 생각에서 사회 공헌 활동으로 한국 문화 유산 지원을 떠올렸다”며 “젊은 게임 이용자들에 우리 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취지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원 활동의 성과도 만족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했을 뿐인데 라이엇게임즈와 애국까지 했다’라는 평가를 해 줘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과 회사를 잘 모르는 이들도 ‘외국계 게임사가 좋은 일을 하는구나’라고 말씀할 때마다 직원들 모두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라이엇게임즈의 한국 문화 지킴이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박 대표는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말 기부금 8억원을 추가로 문화재청에 전달했다”며 “올해에는 무형문화재 장인과 문화유산 분야 인력 양성 등으로 지원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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