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마커' 맡아 동반 플레이
프로 뺨치는 실력 '아마 고수'
[ 김병근 기자 ] 65명.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에 진출한 선수들이다. 1·2라운드에선 3명이 한 조를 이뤘지만 3라운드에선 2명이 한 조를 이뤄 서로의 점수를 기록하고 페이스 유지를 돕는 ‘마커(marker)’가 된다. 3라운드 진출 선수가 홀수이다 보니 1명은 짝이 없다. 대회본부가 짝이 없는 선수에게 1명을 임시 마커로 붙여주는 이유다.
관례에 따라 꼴찌(65위)로 커트를 통과한 에디 페퍼럴(잉글랜드)이 14일(한국시간) 임시 마커와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임시 마커로 나선 이는 다름 아닌 오거스타내셔널GC의 회원 제프 녹스(56·사진 오른쪽)다. 녹스는 올해로 12번째 마스터스 주말 라운드에 나섰지만 공식 티타임 안내서에는 이름 대신 ‘마커’라고만 적혀 있다. 그의 캐디가 입은 슈트에도 ‘녹스’라는 이름은 없다. 임시 마커를 ‘이름 없는 출전자’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이름은 없어도 실력은 ‘전설’에 가깝다. 2014년 마스터스 3라운드 때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임시 마커로 나서 매킬로이(71타)보다 1타 적은 2언더파 70타를 쳤다. 2003년에는 전장이 짧지 않은 회원용 티에서 61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구석구석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다 보니 마스터스 출전 선수들의 동반 플레이어로도 인기가 높다. 올해엔 타이거 우즈(미국)와 같이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녹스는 이날 3라운드에서는 2오버파 74타를 쳤다. 페퍼럴은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페퍼럴은 3라운드를 마친 뒤 “내가 녹스를 앞섰으니 매킬로이보다 내가 나은 게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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