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發 '타이거 신드롬'

입력 2019-04-14 17:56   수정 2019-05-14 00:30

오거스타 뜨겁게 달군 '호랑이의 포효'

사흘 내내 언더파 친 우즈
3R 공동 2위로 우승 경쟁
'신바람' 마스터스 시청률↑



[ 조희찬 기자 ]
‘공동 11위(2언더파)→공동 6위(6언더파)→공동 2위(11언더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받아든 사흘간의 성적표다. 3라운드 동안 버디 16개를 잡아냈고, 보기 5개를 내줬다. 사흘 내내 언더파를 쳤고, 우승공식 가운데 하나인 더블 보기 이상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그는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곁들인 ‘타이거 포효’를 여러 차례 선보이며 페이트런(갤러리)들을 열광시켰다.

트럼프까지 ‘타이거 피버’에 가세

우즈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를 공동 2위(11언더파)로 마치자 ‘골프월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2008년 이후 11년 만에 다섯 번째 그린 재킷에 다가선 황제의 포효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우즈는 남자 외국 골프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4위)에 오르며 높은 인기를 과시했다. 우즈를 응원하는 한 국내 팬은 “양키스팬인 내가 타이거 우즈 경기를 다 보다니”라고 썼고, 또 다른 네티즌은 “오랜만에 골프를 본다. 역시 우즈가 잘해야 골프 볼 맛이 난다”고 했다.

해외 응원팬 중에는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포함됐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며 “(4라운드가 열리는) 내일은 골프는 물론 스포츠 전체에 매우 흥미로운 하루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우즈의 맹활약 덕분에 중계방송사의 시스템 장애로 인한 방송 중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본토의 2라운드 저녁 동시접속 시청자 수는 320만 명으로 집계됐다. 광고시간이 확대됐고, 악천후로 경기가 지연된 시간의 시청자 수를 제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라는 게 ESPN 등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동반자 ‘타이거 키즈’에까지 쏠린 관심

우즈의 맹활약으로 그와 함께 우승경쟁에 나선 ‘타이거 키즈’들까지 덩달아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 13언더파로 단독선두에 나선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 토니 피나우(미국)가 주인공이다. 마스터스는 3라운드에서 2명의 선수를 한 조에 넣었으나 최종일에는 날씨 등의 변수를 고려해 3명을 한 조로 묶으면서 셋의 만남이 이뤄졌다.

지난해 디오픈에 이어 또다시 우즈와 메이저 챔프 경쟁에 나선 몰리나리는 우즈와 맺은 13년 전 인연까지 맞물려 관심을 증폭시켰다. 몰리나리는 2006년 같은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서 우즈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했다. 다만 당시 우즈는 최고 대우를 받는 VIP 선수였고 몰리나리는 형 에두아르도 몰리나리의 캐디로 대회장을 찾았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던 우즈와 우승컵을 놓고 다투는 기회를 다시 잡은 몰리나리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타이거 우즈는 정말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내가 우승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즈는 확실히 이곳(오거스타내셔널GC)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단숨에 ‘챔피언조’에 합류한 피나우도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섰다. 그는 자신의 우상인 우즈와 마스터스에서, 그것도 마지막 라운드에 함께 경기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피나우는 “(타이거 우즈와) 메이저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그룹에서 경기하는 것을 평생 꿈꿔왔다”며 “내 꿈이 이뤄졌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 상금은 207만달러(약 23억5359만원)로 지난해(198만달러)보다 9만달러 늘었다. 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총상금을 작년 1100만달러에서 1150만달러로 인상했으며, 우승 상금도 이같이 확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마스터스는 총상금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입장권, 기념품 판매 등 수입을 감안해 3라운드가 열리는 날 결정한다. 올해 대회가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메이저대회 우승 상금이 200만달러를 넘은 것은 US오픈 이후 두 번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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