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법원 집행관은 개혁 무풍지대

입력 2019-04-14 18:16  

경매 등 수수료로 '억대 소득'
서류·출장비 조작 잇단 '잡음'
'폐쇄적 임명 구조' 개선 목소리



[ 이인혁 기자 ] 민사 재판의 후속 실무를 담당하는 법원 집행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압류를 한 번에 끝내놓고 두 번에 걸쳐 한 것처럼 꾸며 돈을 더 타내거나 아예 현장에도 가보지 않고 출장비를 받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다. 집행관은 법원 판결에 따라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것부터 법원 경매를 보조하고 낙찰 이후 세입자를 나오도록 하는 명도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법원의 여러 서류를 사건 당사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도 맡는다. 법원이나 검찰 출신 공무원만 할 수 있는 대표적 ‘전관예우’ 직종으로 한 해 평균 소득이 1억원을 넘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현직 집행관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동산 압류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집행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바꿔 수수료를 더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부정하게 받은 돈은 7800만원이 넘는다. 작년에는 집행현장에 가지도 않았으면서 약 1억원의 출장비를 빼돌린 집행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집행관은 개인사업자로 법원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대신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수수료를 떼간다. 경매에서 1억원짜리 부동산이 팔리면 수수료 130만원이 떨어지는 식이다. 전국적으로 442명의 집행관이 활동하고 있으며 경매만 한 해 8만6000여 건을 전담한다. 2016년 기준 집행관 1인당 평균 연소득은 1억23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일거리에 따라 돈을 받다보니 수수료가 많은 대형 재개발 재건축 예정 지역에서는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소액 사건에서는 상품권이라도 집행관에게 쥐여줘야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집행관과 관련한 비리 사건의 배경에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집행관법에 따르면 집행관은 지방법원장이 ‘10년 이상 법원주사보, 등기주사보, 검찰주사보 또는 마약수사주사보 이상의 직급으로 근무했던 사람’ 가운데서 임명한다. 고소득 직종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새로 임명된 집행관 125명 중 89명(71.2%)은 법원 출신이며 4급 이상 고위직 출신은 82명(65.6%)에 달했다. ‘전관예우’를 받다보니 이들에 대한 지휘감독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십 년간 법원에서 일한 집행관들은 법원장도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법무사의 경우 과거 은퇴한 법원 검찰 공무원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다가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바뀌었다”며 “집행관의 폐쇄적 임명 구조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월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다수 주와 영국 하급법원 집행관은 봉급을 받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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