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미만, 20가구 이상, 도로 접한곳 대상
서울 33곳 인가…서초·강남 4개 단지 '사업중'
현대건설 첫 참여…설명회 20여社 '각축'도
[ 이유정/배정철 기자 ]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모두 33곳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초구 강남구에서만 네 곳이 연내 첫삽을 뜬다. 이달 초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특례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계기로 사업여건이 개선되자 현대건설 같은 대형건설사가 뛰어드는 등 수주전도 뜨겁다.
속도 내는 미니 재건축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모두 33곳이다. 권역별로 보면 강남권의 사업 속도가 빠르다. 연내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네 곳의 가로주택사업이 착공한다. 7호선 내방역에 인접한 역세권 단지인 한국상록연립(방배동 853의 5, 2104㎡)은 이주를 마치고 공사를 시작했다. 가구 수를 기존 30가구에서 47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인근에 있는 남양연립(방배동 935의 18, 2302.7㎡)도 이달 이주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다. 2개 동 55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방배동과 서초동을 연결하는 서리풀 터널이 이달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에서는 조만간 이주를 하는 대치동 현대타운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 내년 말 준공하면 지하 4층~지상 11층, 47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으로 탈바꿈한다. 강남권 사업 중 상대적으로 큰 규모로 주목받는 양재동 한신빌라도 연초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연내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한 제도다. 재개발·재건축 등 다른 정비사업 방식에 비해 사업 절차가 간단해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면적 1만㎡ 미만, 주택 20가구 이상이면서 도로로 둘러싸인 노후주택 밀집지역이 대상이다. 전체 건물 3분의 2 이상이 노후 불량주택이면 추진할 수 있다. 이 사업 방식을 적용해 준공한 주택은 천호동 동도연립 한 곳(2017년 11월)이다.
대형건설사도 출사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엄격한 용적률 기준 등으로 2년 전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했다. 빈집특례법 시행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탄력받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2위인 현대건설이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시공사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동안은 사업 규모가 작아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단점 때문에 지역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가 주로 참여했다.
중견건설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동아건설이다. 이 회사는 다음달 선정총회를 여는 송파동 101 등 3~4개 사업장을 연내 수주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등 대단지 아파트와 비슷한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지향하고 있다”며 “빌라와 별반 다른 것 없다는 기존 인식을 바꿔 합리적인 가격으로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다음달 8일 입찰 마감하는 대구 78태평상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상류층을 겨냥한 최고급 주택, 지역 랜드마크 등으로 차별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형사 참여를 계기로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단지형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에 불과하다’는 기존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열린 중랑구 중화동 세광하니타운 현장설명회에도 라온건설 KCC건설 등 20여 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손효영 라온건설 사장은 “택지지구 아파트 용지 공급이 확 줄어 중견건설사의 일감이 부족하다”며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강남권에 브랜드를 홍보하는 장점도 있어 수주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정/배정철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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