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마존' 꿈꾸는 쿠팡…'의도된 적자'로 언제까지 버틸까

입력 2019-04-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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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3가지 궁금증

(1) 추가 투자 유치 가능한가
(2) 유통 대기업 압도할 수 있나
(3) 아마존처럼 사업 확장할까



[ 안재광 기자 ] ‘2조9656억원.’ 지난 5년간 쿠팡이 기록한 누적 영업적자 규모다. 엄청난 성장 뒤에 있는 수치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주문한 지 24시간 안에 가져다 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앞세웠다. 쿠팡의 ‘배송 특화 전략’은 지난 5년간 매출이 12.7배 급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매출에 비례해 적자도 늘었다. 지난해엔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배송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쿠팡은 이를 ‘아마존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시장을 선점하고 이익은 나중에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자금은 충분한가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되려면 이익을 내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쿠팡은 창업주 김범석 대표의 비전을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 2014년 5월 글로벌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총 34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유치했다. 대출이 아닌, 주식을 팔았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비전펀드를 통해 지금까지 30억달러를 넣었다. 비전펀드는 쿠팡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 회장과 김 대표가 사실상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쿠팡 안팎에선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손 회장이 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는 작년 11월 2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1조원의 적자 규모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쿠팡 본사가 미국에 있어 나스닥 상장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유통 공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쿠팡의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거래액 기준(약 8조원)으로, 작년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111조9839억원)의 약 7%다. 지마켓 옥션 등을 운영 중인 1위 이베이코리아(약 16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약 43%(2017년)를 차지하는 아마존과 시장 지배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최근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 강자들은 대대적인 온라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롯데는 내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엔 백화점 마트 등 7개 계열사의 쇼핑 앱(응용프로그램)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롯데 ON’을 선보였다.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법인을 지난달 출범시켰다. 해외 투자사로부터 1조원이 넘는 투자도 유치했다. 신세계는 특히 이마트를 통해 강점인 신선식품 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슈퍼 등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향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면 쿠팡이 아무리 물류 투자를 늘리더라도 경쟁에서 압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같은 ‘캐시카우’ 있나

이익을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지금도 이익의 대부분을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AWS)을 통해 올린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많은 사람을 유입시킨 뒤 이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쿠팡도 아마존처럼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이다. 쿠팡 스스로 “e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축한 인프라와 사용자를 기반으로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쿠팡이 전국적인 배송 인프라를 활용해 다른 사업자에 물류센터를 대여해주고, 상품을 배송해주는 사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회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처럼 물류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중국의 징둥닷컴은 중국 1위 택배 사업자가 됐다. 업계에선 “손 회장이 투자한 알리바바가 한국에 진출할 때 쿠팡의 배송망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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