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포기는 없다"…44세 기적 쓴 우즈의 완벽주의

입력 2019-04-15 18:09  

性추문·부상·약물 스캔들 딛고
5번째 마스터스 우승

'롤러코스터' 골프 인생
"잭 니클라우스 넘어서야죠"



[ 조희찬 기자 ]
“잭 니클라우스를 넘어설 거예요.”

15일(한국시간) 나이키가 공개한 광고 속에서 세 살의 타이거 우즈가 한 방송사 마이크에 대고 한 말이다. 당대 최고의 골퍼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뒤 40년, 그리고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토리’가 쓰여진 이날 우즈(44·미국)가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우즈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메이저 15승.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과는 3승 차로 좁혀졌다.

꿈을 향한 40년 집념

우즈는 우승 후 딸 샘(12)과 아들 찰리(10)를 한동안 끌어안았다. 22년 전 이곳에서 그가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장면과 비슷했다. 당시 우즈가 부둥켜안은 건 샘이 아니라 아버지 얼이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얼은 2006년 전립선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즈는 “1997년에는 아버지 얼과 함께였는데 이젠 내가 아버지로서 두 아이와 함께 있다”며 아버지를 추억했다.

얼은 아버지이자 스승, 코치, 멘토였다. 한 자릿수 핸디캡을 보유한 실력자였던 얼은 우즈가 태어난 지 6개월 때부터 골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즈가 한 살도 되기 전에 골프채를 잡게 했고 세 살이 되기 전에 필드에 데리고 나갔다. 우즈는 TV쇼에 출연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다.

공수부대 장교 출신인 얼은 우즈에게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쳤다. 우즈가 연습할 때 그의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우즈의 어머니 쿨티다도 지금의 우즈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쿨티다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상대를 완벽히 밟아야 한다”고 우즈에게 ‘킬러 본능’을 심어준 것 역시 쿨티다였다. 우즈의 상징이 된 ‘일요일의 빨간 셔츠’도 쿨티다가 승리의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우즈에게 권유하면서 시작됐다.

가족, 승부집착 ‘우승 기계’를 챔피언으로

부모의 바람대로 우즈는 기계처럼 승수를 쌓았다. “헬로, 월드!”라는 인사말과 함께 1996년 프로에 데뷔해 5개 대회 만에 첫 승(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을 거둔 뒤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1997년에는 대회 최다 타수 차이(12타)로 우승했다. 2000년 US오픈을 시작으로 디오픈, PGA챔피언십, 2001년 마스터스까지 제패하는 ‘타이거 슬램’을 달성하며 골프를 넘어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로 올라섰다.

우즈는 자신을 ‘흑인이 아닌, 세상에 없는 인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특별하다고 믿었다. 2004년 스웨덴 출신 모델 엘린 노르데그렌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낳았을 때만 해도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몰락은 한순간에 그를 찾아왔다. 2009년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다. 추수감사절 저녁에 불륜을 추궁하는 아내로부터 도망가다 소화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병원 신세를 졌다. 그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여성 수십 명의 폭로가 이어졌고 우즈는 결국 골프를 잠정 중단하겠다며 필드를 떠났다. 이듬해 1억달러 위자료를 지급하며 이혼까지 해야 했다.

우즈는 4개월 뒤 필드로 돌아왔다. 그러나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이유에서인지 사건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전성기 때 무리하게 써온 몸은 말썽을 일으켰다. 우즈는 2017년까지 허리 수술만 네 번을 해야 했다. 같은 해 집 근처에서 자동차 운전석에 약물에 취해 잠들어 있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눈이 퀭한 채 찍힌 ‘머그샷’이 공개되자 모두가 우즈의 몰락을 확신했다.

마스터스에서 ‘완벽한 부활’ 완성

부모가 평생 주입했던 승부근성이 지금까지의 우즈를 이끌어 왔다면, 이번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부활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아이들에게 훌륭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우즈는 한껏 부드러워져 돌아왔다. 그는 40대의 나이에 가장 걸맞은 스윙을 만드는 등 완벽한 부활에 초점을 맞춰 스스로 채찍질했다. 틀을 깨는 과감한 변신 끝에 이날 11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에 서면서 그토록 바라던 우승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눈시울이 붉어진 우즈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이 몰려왔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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