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회장님께 전달" "내 손 떠났다"
경찰청장 베프 이어 또 인맥 과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가 주변에 자신의 고소 사건이 외삼촌인 남양유업 회장에게 전달됐다고 과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MBC 15일 보도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자신의 고소 사건과 관련해 "누구한테까지 지금 (고소 사실이) 전달됐는지 아느냐"며 "남양유업 회장님(에게까지 전해졌다). 이미 일은 커졌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으냐"고 엄포를 놨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황씨의 외삼촌이다.
황씨는 소송을 벌일 당시 "우리 삼촌과 아빠가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남대문경찰서에서 제일 높은 사람과 만나고 왔다. 경찰서 투어까지 하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2015년 8월쯤 남대문서 상황실을 견학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또한 마약 공급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도 한 차례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그가 지인들에게 "우리 삼촌과 아빠가 경찰청장과 베프(절친)이다"라고 과시했던 녹취록이 공개돼 유착 파문이 일었다.
이처럼 황씨가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인사와 ‘인맥 과시’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 경찰은 "홧김에 나온 발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또 상황실을 둘러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황씨가 경찰서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었고, 마침 지나가던 경무과장이 황씨를 달래는 과정에서 황씨가 상황실을 보고싶다고 하자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마약 투약한 대학생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황씨를 소환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집회가 많아서 바빠서 그랬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남양유업은 황씨 마약 파문에 "황하나씨와 그의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오너일가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황하나가 조씨와 같이 마약을 투약한 증거가 명확히 있고 앞서 2009년 마약관련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음에도 경찰이 입건 후 단 한차례 조사없이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단순히 경찰의 부실수사를 넘어 검찰이 수사를 종결하는 전 영역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2015년 5~6월과 9월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을 불법 복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황씨는 조사 과정에서 "2015년 처음 필로폰을 투약했고, 이후 3년 동안 끊었다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연예인 A씨 권유로 다시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로 지목된 황씨의 옛 연인 가수 박유천(33)은 지난 1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마약을 한 적도 없고, 황씨에게 권유한 적도 없다고 무관함을 강조했다. 박씨는 최근 변호사를 선임하고 경찰 수사에 준비하고 있다.
황씨가 마약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도 그의 아버지는 딸의 SNS를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초기 '마약김치'라고 홍보했던 문구는 삭제된 상태다.
YTN 뉴스에 출연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황하나가 일련의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치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종의 방어적인 행위,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를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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