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으로 쌓은 수요예측 기술 '쿠팡이츠'에 적용
배달의 민족·요기등 기존 업체 마케팅 강화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쿠팡이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다. 로켓배송으로 축적한 수요예측 기술을 적용해 규모의 경제를 더욱 키워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이 선보이는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는 치킨, 피자, 커피 같은 음식 주문을 중개하고 직접 배달까지 해주는 서비스로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지역 시범 운영을 진행한다. 20일과 21일은 제외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쿠팡의 배달서비스 시장 진출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잠실 지역 카페에서 식음료 사전주문 테스트를 가졌는데 이는 쿠팡이츠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 과정 중 하나였다. 당시 쿠팡은 관련 상표권도 출원했다. 쿠팡 사명과 로켓배송 이름을 활용한 '쿠팡이츠'와 '로켓이츠', '쿠이츠'를 상표권으로 출원했고 논의 끝에 쿠팡이츠로 결정됐다.
쿠팡이 새로운 서비스로 배달앱을 택한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이용자는 지난 2013년 87만명에서 지난해 25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음식배달 시장은 한국에서만 매년 60% 이상씩 성장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 이상 커지고 있다. 배달앱 거래 규모도 3300억원가량에서 3조원으로 5년 만에 10배나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조원을 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달앱 시장은 그동안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요기요 등이 독점했다. 앞으로 시장의 성장성을 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쿠팡의 판단이다.
쿠팡은 배민과 요기요보다 수준 높은 물류 시스템과 규모를 구축했고 기존 '로켓배송' 등 물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로켓배송으로 축적된 수요예측(Demand forecasting) 기술을 배달 주문에 적용하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수요예측 기술은 엄청난 가입자 수를 확보하면서 정확성을 높였다. 매월 1300만명의 이용자가 쿠팡앱에 접속해 쇼핑하고 매일 170만개의 상품이 40개의 물류센터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신선식품 쇼핑 '로켓프레시'는 지금까지 160만명이 가입했다. 이들의 구매패턴은 공산품으로부터 시작해 가공식품을 거쳐 신선식품, 배달음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쿠팡의 설명이다.
특히 음식 배달은 '음식'이 중요하지만 '배달'에 방점이 찍혀 있다. 로켓배송으로 축적된 수요예측 기술을 배달 주문에 적용하고 이 예측에 맞춰 특정 지역과 배달에 높은 배달료를 줘 배달기사를 늘리고 줄이면서 관리를 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또한 경로 최적화(Route optimization) 기술을 더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는 부지가 넓지만 배달 기사들의 내비게이션에는 하나의 주소로만 표시된다. 계단과 엘레베이터의 위치, 심지어 기상 상황까지 시스템에 입력해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변수를 사전에 예상하고 배달 속도를 초 단위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배달앱 시장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배민과 요기요도 직접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마케팅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으며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력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달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서비스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강신봉 대표는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기술과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리겠다"며 "순수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 이상 생각 중이며 채용은 기존 인력 대비 40%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에 매진하고 있는 위메프도 이달 중 시범서비스 가동을 위해 프랜차이즈 업체와 자영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8개월 간 운영해온 매장픽업 서비스 '위메프오'를 통해 배달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우버이츠'도 배달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출혈 경쟁이 배달 시장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하루 상품 출고 건수가 170만개에 달하고 이는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의 하루 처리 택배 건수인 약 400만건에 이어 두 번째 규모"라며 "엄청난 적자에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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