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화학연구원 원장 "게 딱지 활용해 100% 생분해성 비닐 개발"

입력 2019-04-16 13:44   수정 2019-04-16 13:59

24일 울산서 기술이전 설명회



올해는 멘델레예프가 ‘원소주기율표’를 만든지 150년이 되는 해다. ‘수헬리베..’로 통상 외우는 그 원소주기율표다. 원소주기율표의 정립은 단순히 현대 화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을 넘어 물질을 인류가 본격적으로 해부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과학적 의미가 크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사진)은 원소주기율표 150주년을 맞아 1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소주기율표는 수학으로 치면 ‘구구단’과 같으며, 과학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라며 “화학 연구성과를 국민들에게 더 친숙하게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최근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잘 썩으면서도 안 찢어지는 바이오플라스틱 기반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소개했다. 땅 속에 묻히면 6개월 안에 100%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투다. 목재펄프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하고, 게 껍데기에서 키토산을 빼낸 뒤 섞고 압력을 크게 가해 박리(잘게 쪼갬)하는 화학처리과정 등을 거쳐 만들었다.

이 비닐봉투의 인장강도는 65~70 메가파스칼(MPa)이다. 질긴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나일론과 유사한 수준이다. 나일론은 낙하산과 안전벨트의 소재로도 쓰인다. 기존 바이오플라스틱 인장강도는 대체로 35메가파스칼 이하여서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화학연이 개발한 비닐봉투는 자체적으로 식품 부패를 방지하는 항균능력도 갖췄다. 박테리아 살균능력이 있는 천연 항균제 ‘키토산’ 덕분이다. 화학연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비닐봉투 필름과 대조군인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필름에 대장균을 노출시켜봤다”며 “48시간 경과 비닐봉투 필름 대장균은 90%가 사멸한 반면 PP와 PE 필름 대장균은 거의 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학연은 오는 24일 울산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이 플라스틱 기술이전 설명회를 연다.

김 원장은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산업계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출연연구원이 신경써야 할 과학기술 연구성과가 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김 원장은 KAIST에서 유기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장 등을 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은 1976년 설립됐다. 석유화학촉매, 2차전지,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탄소자원화연구소를 두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연구 등도 진행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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