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가계주가 평소에 소지한 돈이 3년 전보다 3분의 1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지출에서 신용·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금 비중을 넘어섰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10명 중 5명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당시 지갑이나 주머니에 거래용 현금을 소지한 응답자 비중은 98.2%로 직전 조사인 2015년 당시 대비 1.5%포인트 하락에 그쳤지만 보유 액수는 33% 넘게 줄었다.
응답자가 보유한 거래용 현금은 평균 7만8000원을 기록했다. 2015년 직전 조사 평균 보유액수(11만6000원)보다 33%나 감소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20대의 거래용 현금 보유액이 5만4000원으로 가장 적었다. 반면 50대(10만50000원)가 가장 높았고, 40대(9만1000원), 30대·60대(6만7000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가계의 현금지출액은 월평균 64만원으로 집계됐다. 총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1%로 직전 조사(81만원·38.8%)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2015년에는 현금 지출 비중이 신용·체크카드와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는 신용·체크카드(52.0%)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2015년 조사에서는 현금(38.8%)과 신용·체크카드(37.4%)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그동안 개인간 현금 거래가 계좌이체 등의 비현금 방식으로 대폭 이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소득 중 현금취득액은 월평균 49만원으로 2015년(72만원)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24.6%에서 14.5%로 떨어졌다. 금융기관에서의 현금인출도 월평균 3.1회·87만원을 기록해 2015년(4.2회·99만원) 대비 빈도수와 금액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금 없는 사회가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51.3%) 이상이 "있다"고 답했다. '중장기적으로 있다'는 응답이 35.4%를 기록했고, '단기간 내 있다'는 응답도 15.9%였다. 다만 48.7%는 현금 없는 사회의 가능성을 '낮거나 없다'고 응답했다.
현금거래가 많은 환전업체와 편의점·기업형 슈퍼마켓· 전통시장 내 상점·고속도로 요금소 등 현금 전문 취급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반기업은 '낮거나 없다'고 답한 비율이 45.9%를 기록했으나 현금전문취급업체는 관련 응답비율이 64.0%를 기록했다.
한편,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는 3년마다 시행되며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22일부터 12월 5일까지 전국의 1인 이상 가구의 가구주 1100명과 종사자 5인 이상 기업체 1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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