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상품' 의존하는 제과업체
[ 안효주 기자 ] 마라맛 스낵, 까망베르 쿠키, 유채꽃 팝콘….
올 들어 편의점들이 새로 내놓은 과자들이다. 어디에도 없는 맛을 입히고 향을 더했다. 편의점들은 소비자의 입맛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자체 상표(PB)로 신제품을 출시한다.
과자류 개발의 주도권이 제과업계에서 편의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덩치 큰 제과업체가 스테디셀러에 의존해 신제품 개발을 주저하는 사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한 편의점이 과자류로 PB 제품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트렌드 담은 PB로 시장 공략
편의점 GS25는 올해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이색적인 제품을 내놨다. 실제 꽃가루를 넣은 과자를 선보였다. 벚꽃 분말이 들어간 ‘벚꽃 팝콘’과 유채꽃 분말을 첨가한 ‘유채꽃 팝콘’이다. 매년 봄이면 시즌 한정으로 꽃을 떠올리게 하는 먹거리를 내놓는데, 올해는 아예 꽃을 재료로 사용했다.
CU는 올해 들어 새로운 과자 상품을 5종이나 출시했다. ‘리틀치즈큐브’는 진한 치즈맛에 화이트 초콜릿 향을 더한 제품이다. ‘꼬불이 마라탕면 스낵’은 최근 불고 있는 마라(麻辣) 열풍을 놓치지 않고 개발한 과자다. 마라는 육두구, 후추 등을 넣어 알싸한 매운 맛을 내는 중국의 대표적인 향신료다. CU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10~20대를 겨냥해 이색적인 콘셉트로 제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들이 새로운 과자를 끊임없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PB 상품을 생산하는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후드, 코스모스제과 등이 대표적인 OEM 업체다. 편의점 과자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 협력업체의 매출은 최근 2~3년 새 약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디셀러에 의존하는 제과업계
‘과거엔 없던 과자’ 개발에 적극적인 편의점과 달리 대형 제과업체는 보수적인 신제품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제과업체들이 최근 수년간 내놓은 신제품은 대부분 과거 히트 상품의 ‘변종’으로 볼 수 있다. 30~40년 전 출시한 과자를 살짝 바꾸거나 단종된 제품을 다시 내놓는 경우가 많다.
오리온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신제품으로 내놓은 과자는 7종. 이 가운데 ‘상어밥’은 1984년 탄생한 ‘고래밥’에서 고래 대신 상어 모양의 과자를 넣었다. ‘태양의 맛 썬’은 생산 공장을 재가동하며 2년 만에 재출시한 제품이다. 롯데제과가 지난해 내놓은 신제품 40종 중 3~4종을 제외한 과자 제품은 빼빼로, 마가렛트 등 스테디셀러에 다른 맛을 첨가한 사례다.
제과업계가 신상품 개발을 꺼리는 이유는 히트 상품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제과산업의 전성기로 꼽히는 1970~1980년대 탄생한 제품들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71년 출시된 농심 새우깡은 여전히 연 7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76년 등장한 오리온 오징어땅콩은 해마다 500억원어치가 팔린다. 롯데제과의 꼬깔콘(1983년), 오리온의 고래밥(1984년)과 포카칩(1988년)도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과자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내놓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뒤따른다”며 “소비자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편의점들이 활발하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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