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엘리트 산실 '그랑제콜' 폐지 추진

입력 2019-04-17 17:42  

마크롱 '노란조끼' 불만 무마 조치
국립행정학교 등 몇 곳 없앨 계획



[ 정연일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최고 명문대학인 국립행정학교(ENA) 등 ‘그랑제콜’ 몇 곳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랑제콜은 분야별 엘리트를 육성하는 프랑스의 특수목적 대학이다. 정치 전문인 ENA와 사회과학 분야 시앙스포, 인문·교육학을 가르치는 고등사범학교(ENS), 이공계 에콜 폴리테크니크 등이 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지난 15일 밤 할 예정이었지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취소된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담화문에 ENA와 다른 몇몇 그랑제콜을 폐지하는 방안이 담겨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연설문을 통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시민들이 공공 부문의 최상층에 오르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런 생각에서 ENA와 몇몇 교육기관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전하려 했다. ENA는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프랑스 대통령 및 장관들이 대부분 거쳐간 정치 전문 특수 고등교육기관이다. 사회 지도층 대부분이 그랑제콜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프랑스 엘리트주의의 결정판’으로 비판받아왔다.

르피가로는 ‘노란 조끼’ 시위 등을 통해 최근 분출하고 있는 시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설문에는 ENA 폐지와 더불어 중산층 세금 감면, 연금 지급액의 물가 연동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가리그 프랑스 오를레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런 조치가 “아주 선동적”이라면서도 “ENA가 권력자들의 성채(城砦)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반인에게도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자 설립됐던 ENA가 엘리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 상황은 매우 역설적”이라고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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