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7년 동안 차근차근 진행…국민 공감 이끌어내

입력 2019-04-17 17:46  

해외 사례 살펴보니


[ 김익환 기자 ]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해외 추진 사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5년 들어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 국가들의 성패 여부는 극명히 엇갈렸다. 새로운 화폐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지만, 짐바브웨 등은 물가가 치솟으며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국가는 터키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모잠비크 짐바브웨 가나 베네수엘라 투르크메니스탄 잠비아 북한 등 10개국이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터키다. 터키는 2005년 1월 1일 기존 화폐단위를 100만분의 1로 낮췄다. 화폐 명칭도 ‘리라(lira)’에서 ‘신리라(new lira)’로 바꿨다. 100만리라가 1신리라로 변경된 것이다.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단행 직전까지 치솟는 물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0%에 달했다. 2004년 말 터키의 환율은 달러당 134만리라였다. 터키 정부는 화폐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한 1998년부터 개혁안을 도입한 2005년까지 7년 동안 차근차근 진행했다. 새로운 화폐 교환의 충격을 줄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터키는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 실행 이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묶는 데 성공했다.

짐바브웨와 북한 등은 치솟는 물가 때문에 액면 단위를 끌어내렸다가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짐바브웨 정부는 2006년 8월 자국 통화인 짐바브웨달러(ZWD) 화폐단위를 1000 대 1로 낮췄다. 하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2008년 8월에는 100억 대 1, 2009년 2월에는 1조 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물가가 치솟자 짐바브웨는 2015년 자국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쓰기로 했다.

북한도 2009년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했다. 갑작스러운 화폐개혁으로 북한 화폐의 신뢰도가 떨어졌고, 시장에서는 중국 위안화로만 거래했다.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를 물어 2010년 박남기 노동당 재정경제부장을 총살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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