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김범석 단독 대표 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쿠팡 그 자체’로 불리던 창립자 김 대표 체제가 권한을 나눠 경영을 한 것은 2010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쿠팡은 김 대표 단독체제에서 고명주, 정보람 등 3인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김 대표는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는 전략기획을, 고 대표는 인사, 정 대표는 핀테크 사업을 담당한다.
고 대표는 쿠팡이 20억 달러(약 2조2700억원) 투자를 이끌어 낸 지난해 말 쿠팡에 합류했다. 하나로텔레콤 출신으로 SK텔레콤으로의 매각과정에서 인사분야를 맡은 바 있는 HR 분야 전문가다. 정 대표는 2014년 쿠팡에 합류해 자체 페이시스템인 로켓페이를 만들고 성장시킨 인물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모두가 동의해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각자 대표 체제’라는 점이다. 각자 대표는 다른 대표의 동의 없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단독 결정이 가능하다. 즉, 인사와 핀테크 관련 업무에서만큼은 김 대표는 권한이 없다. 쿠팡 관계자는 “조직이 커지면서 영역별로 전문성을 강화해 빠른 의사 결정을 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권한을 일부 이양하게 된 것에는 20억 달러 자본조달의 대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 만으로는 현행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기업규모가 커진 탓이라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2002년 보스턴그룹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다. 2010년에 국내에서 소셜커머스 ‘쿠팡’을 처음 시작했고, 설립 22개월만에 업계 최초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을 기록하는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4조4228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손실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해 영업손실이 71.7% 는 것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