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에서 ‘타다’로 갈아타는 장애인들

입력 2019-04-19 16:32   수정 2019-04-19 18:53

장애인·노약자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 잇따라 등장
택시로부터 불친절·승차 거부 당하던 장애인들 호응 커



18일 오전 10시 30분께. 김형주 씨(63)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양지병원에서 ‘타다 어시스트’를 이용했다. 근육 감소증으로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김 씨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호출하고 25분이 지나자 차량이 도착했다. 김 씨는 “장콜(장애인 콜택시)을 부르면 한두 시간은 걸려야 온다”며 “택시를 부르면 ‘왜 휠체어가 있다고 말을 안 했냐’며 구박을 당한다”고 말했다. 기사는 김 씨의 휠체어를 능숙하게 접어 차량의 뒷자리에 두었다. 어시스트 기사로 한 달째 활동하는 김창욱 씨는 “얼굴 익힌 단골이 생길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VCNC와 타고솔루션즈가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장애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택시는 승차를 거부하기 일쑤고 장애인 콜택시는 공급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교육 이수한 기사 있는 장애인용 '타다'

VCNC는 지난달 18일 타다 어시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탑승 대상은 장애인과 65세 이상 노약자다. 장애인은 복지카드, 65세 이상 노약자는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된다. 타다 베이직과 동일하게 승차거부 없는 '바로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10대로 운영되고 있고 서울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타다 베이직의 70% 수준이다. VCNC 관계자는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를 이용해 저렴한 요금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기사들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재활재단서 장애인활동보조교육 40시간을 이수한 게 특징이다.

‘카카오 T’ 앱(응용프로그램)을 플랫폼으로 새로운 택시 서비스 '웨이고 블루'를 출시한 타고솔루션즈도 하반기 장애인과 노약자 대상의 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장애인계 '적극 환영'

장애인들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과 버스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건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택시도 '그림의 떡'이다. 휠체어를 실을 공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한국 택시의 경우 LPG 가스통이 트렁크를 차지하고 있어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기사들의 잦은 승차거부, 폭언 등도 택시를 멀리하게 되는 이유로 꼽힌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는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 왜 일반 택시를 타냐’는 식으로 화를 내는 택시 기사들도 있다”며 “택시에서 당한 불쾌한 경험으로 장애인들은 택시를 꺼려하게 돼 이동에 제약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한 장애인 콜택시 문제 해소 위해서라도 민간 서비스 나와야"

장애인 콜택시는 이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다. 전동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고 전문교육을 이수한 기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공급이다. 차량이 많지 않다보니 대기시간이 상당하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연도별 평균 대기시간은 2015년 34분, 2016년 38분, 2017년 44분, 2018년 58분으로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대기시간은 1~2시간으로 통계보다 길다. 올 7월 장애등급제 폐지로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들은 더 많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와야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 협동조합 ‘무의’를 이끄는 홍윤희 이사장은 “제약된 이용시간, 전동휠체어는 태울 수 없는 문제, 장애인 콜택시보다 비싼 요금 등 타다 어시스트에도 한계는 있다”면서도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이 많아진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권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라며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업체들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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