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SNS에서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경제적 가치 역시 인기 스타 못지않다. 인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팬덤은 아이돌에 버금간다. 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입덕'을 부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한석준이란 이름 석 자는 몰라도 퀴즈프로그램에서 "정답입니다"를 외치던 이 방송인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인터뷰를 진행하던 카페에서 주변 사람들이 사진 요청을 할 정도로 한석준은 이미 유명한 방송인이다. 2003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2015년 퇴사하기 전까지 '우리말 겨루기', '연예가중계', '생생정보통', '위기탈출 넘버원', '1대100' 등 KBS 간판 프로그램 곳곳에서 활약했다. 지금도 tvN '프리한 19' 등에서 전문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지만, 1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아빠곰TV'를 개설하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육아 아빠의 모습으로 구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오늘이 딱 '아빠곰TV' 개국 1주년이더라고요. 심정이 어떠신가요?
저도 알아채지 못했는데, 벌써 그렇게 됐더라고요. 만든 건 1년 전인데, 정말 구독자를 생각하고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만든 건 3개월 정도 된 거 같아요. 1년 전에 개설할 때 마음들이 떠오르네요. 그땐 그저 도와드린다는 마음이 컸어요. 아이를 사랑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동화책도 읽어주기 힘든 아빠들을 위해 제가 대신 읽어주는 거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건 또 다른 세상이었어요. 생소하고, 낯설고, 그래서 어려웠고. 이제 하나하나 적응하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다르던가요?
일단 방송은 1시간짜리 영상을 위해 연출자, 작가, 출연진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각자의 역할이 나눠어 있어요. 저 같은 출연자는 내용을 숙지하고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걸 담당하죠. 유튜브는 영상 시간도 짧지만 완전히 처음부터 뭘 찍고, 어떻게 편집할지 함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내와 저, PD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밤낮으로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짜고 있어요. 계속 대화를 하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죠.
▲ 그렇게 다른 분야인데, 아빠곰TV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대도서관의 채널에 출연 요청이 와서 갔어요. 어느 방송에 가듯 그렇게 간 거였는데, 실시간으로 오는 반응들이 다르더라고요. '요즘 10대들은 방송보다 유튜브를 많이 본다더니, 정말 다르구나' 이걸 실제로 확 느낀 계기였죠. 영향도 많이 받았고요. 방송을 마치고 대도서관이 저에게 '유튜브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을 해주더라고요. 이후에 도티도 만났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조언들을 해줬고요. 그래서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죠.
▲ 새로운 도전인데 망설임은 없었나 봐요.
전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일단 지르고 하나씩 해결하죠. 아이가 없다가 생기니까, 아이를 키우는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됐고, 아빠들의 고민을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시간이 없어서 고민이겠다는 생각을 제가 했겠어요?(웃음) 저는 아나운서였고,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데이터를 쌓아 놓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죠. 때마침 동화책 출판사와 협력 계약도 맺었고요.
▲ 육아에는 여러 카테고리가 있는데, 왜 책이었을까요?
영상은 여백이 없지만, 책은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있잖아요. 영상의 시대고, 저 역시 방송에 종사하고 있지만, 책을 읽고 배우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이 하루종일 유튜브만 보면서 살길 바라진 않아요. 아직 딸 사빈이에겐 초점책을 보여주는 정도지만 나중엔 멋진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책은 다 읽어주고 싶어요. 아이가 그렇게 예쁘고 멋지게 자라났으면 좋겠네요.
▲ 동화도 종류가 많아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셨나요?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동화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래동화, 외국 유명 동화들을 중심으로 했죠. 출판사 입장에서는 요즘에 나온 신간을 더 소개하고 싶어 하시는데, 저희는 아빠도 아이도 익숙한 책을 중심으로 하고 싶었어요. 물론 창작동화들도 관심은 있어요. 정말 하고 싶던 책이 있었는데, 일본의 창작동화를 번역한 것이었어요. 원작자 동의 문제부터 저작권까지 여러 부분으로 계약이 쪼개져 있어서 결국 하진 못했는데, 동화 작업은 계속하고 싶어요.
▲ 처음엔 책이었지만 요즘은 육아법부터 일상공개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엔 이 부분은 꺼려졌어요. 전 사생활을 노출하는 부분을 극도로 싫어해서 저희집에서 찍는다는 소리에 방송 출연을 거절한 적도 있어요. 집은 저만의 개인적인 공간이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사는 모습이 다른 아빠들에게 육아의 힌트나 아이디어가 된다면 그 또한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 육아법을 소개하면서 사빈이도 등장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얼굴이 크면서 바뀌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공개하고 있는데, 7살 정도쯤 물어보려고요. 아이도 인권과 인격이 있으니까, 출연에 대한 의사를 밝힐 때 그 의견을 따르려 해요.
▲ 육아 콘텐츠는 공감대 형성과 정보 전달, 모두가 중요하다고 꼽히는 데요. 이 부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요?
아빠곰TV에선 저의 주관적인 부분이 커요. 방송에서는 전문가를 모셔서라도 정확한 내용,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유튜브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게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육아용품 등을 소개할 때에도 제가 써봤던 것들 중에 좋았던 것들로 선정하고, 여기에 최대한의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죠. 친구들끼리 이게 좋았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처럼요.
▲ 지금의 아빠곰TV를 만들기까지 참고했거나, 혹은 의식이 되는 육아 채널들이 있었나요?
의식하고, 경쟁하고 이런 건 전혀 없어요. 저는 유튜브가 아직 성장의 10%도 오지 않았다고 봐요. 모두가 동지죠. 저 말고도 육아 콘텐츠를 만드는 아빠들이 몇 명 있는데 따로 만나서 함께 공동육아를 하는 모습을 찍자고도 했어요. 저희(아빠)들끼린 그런 공감대가 있어요. 아이와 엄마는 아빠보다 텔레파시가 더 잘 통한다고요. 사빈이가 6개월이라 옹알이를 하는 정도인데, 아내는 벌써 대화가 되요. 그래서 아빠들은 더 노력해야해요. 함께 대화하고, 공부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거죠.
▲ 육아도 하고, 영상도 찍는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과정 자체는 재밌어요. 전 재밌는 일만 하거든요. 그런데 구독자, 조횟수가 생각보다 안 늘어나서 고민이 되긴 했죠. 처음 유튜브를 알려준 게 대도서관과 도티니까, 시작부터 너무 잘나가는 사람들만 본거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기존 방송인의 마인드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안 봐줄만한 걸 만든 거였어요. 지금은 적응을 하고, 조금씩 변화하니 댓글 반응부터 바뀌더라고요. 조횟수, 시청시간도 본격적으로 소통을 시작한 최근 3개월이 지난 9개월보다 많아요.
▲ 앞으로 더 확장해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중구난방하면 안될 거 같아요. 하나를 깊게 가야죠. 제 친구이자 같은 소속사(SM C&C)에 속해있는 이수근만 봐도, 그 친구는 당구만 하거든요. 저도 육아 혹은 육아 아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깊게 들어가고 싶어요. 이걸 하면서 제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됐거든요. 바람이 있다면 제 채널을 통해 육아아빠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완성됐으면 해요. 제가 육아를 처음 시작할 때, 주변 친구들도 이미 육아를 마친 후라 '기억이 안난다'고 하고, '맘카페'에 갔더니 남자라고 가입도 안 받아주더라고요. 아빠들 카페를 어렵게 찾아 가입했는데, 새로운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을 만큼 죽어있었죠. 제 유튜브에서 아빠들이 '맘카페'처럼 정보를 공유했으면 해요.
▲ 방송인과 크리에이터, 두 개의 타이틀을 가진 셈인데, 어떤 이름으로 불렸으면 하나요?
그게 차이가 있나요? 예전엔 공중파랑 케이블, 종편을 구분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안 하잖아요. 유튜브도 종류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하나의 영상 플랫폼이고, 전 그 화면에 얼굴이 나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어요. 방송인, 크리에이터라는 구분보다는 그저 저를 보며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덧. '아빠곰TV'는…
2018년 4월 12일 개설된 한석준의 '육아 아빠' 채널. 동화책 읽어주기를 비롯해 한석준의 현실적인 육아팁, 육아용품 리뷰와 방송인과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