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또 루키의 반란…'작은 거인' 이승연, 우승 축포

입력 2019-04-21 16:42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작년 '2부 상금왕'의 화려한 비상
4개 대회 만에 최예림 잡고 정상



[ 조희찬 기자 ]
160㎝ 작은 키에도 경쟁자보다 길게는 30야드를 더 보내는 ‘작은 거인’의 장타 앞에 적수가 없었다. ‘신인’ 이승연(21)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올해 4개 대회 만에 벌써 두 번째 신인 우승자를 배출하며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이승연은 21일 경남 김해 가야CC(파72·6808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총상금 6억원·우승상금 1억2000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3언더파 69타를 적어낸 그는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내며 2위 최예림(20)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규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160㎝로 270야드 펑펑 ‘가성비 갑’ 골퍼

지난해 KLPGA 드림투어(2부투어) 상금왕으로 올 시즌 시드를 획득한 이승연은 출전 4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키와 비거리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웅변을 하듯 드라이브 비거리 260~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쳐내는 그는 이달 초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우승자 조아연(19)에 이어 신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이승연은 “너무 오고 싶었던 정규투어였는데, 막상 오니 2부에 다시 내려갈까봐 걱정이 많았다”며 “정규투어가 좋고 오래 있고 싶어서 예선만 통과하자는 목표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주변에서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응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가장 긴 6800야드가 넘는 전장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 코스는 장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첫날 3타를 줄인 뒤 둘째날에도 4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로 등극한 이승연은 대회 내내 우승후보로 언급됐다. 다른 장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연이 8번홀(파4) 보기로 주춤한 사이 장타를 앞세운 김아림(24)과 장하나(27)가 전반에만 각각 4타와 5타를 줄이며 이승연에게 2타 앞선 공동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이승연은 9번홀(파5)부터 터진 3연속 버디를 앞세워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15번홀(파4)에선 약 4m 버디 퍼트를 넣으며 치고 나갔다. 이번에는 최예림이 쫓아왔다. 최예림은 16번홀(파5)부터 2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17번홀(파3)에서 보기에 그친 이승연을 따돌리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승부가 급격히 최예림 쪽으로 기운 순간 이승연의 장타가 빛을 발했다. 이승연은 1타 뒤진 채 맞이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몸이 휘청일 정도의 강한 드라이브 샷을 구사했다. 공은 먼저 친 최예림의 30야드 앞에 떨어졌다. 최예림은 약 130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뒤로 넘겼다. 반면 이승연은 짧은 세컨드샷을 침착하게 홀 바로 옆에 붙이면서 최예림을 압박했다. 이를 본 최예림은 흔들렸고 3퍼트로 무너졌다. 이승연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짜릿한 뒤집기를 완성했다.

루키들이 불 댕긴 춘추전국 KLPGA

KLPGA투어는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모두 다른 우승자를 배출하게 됐다. 이날 우승한 이승연과 먼저 1승을 신고한 조아연을 비롯해 이날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윤서현(20) 등이 일찍 두각을 나타내면서 매주 안갯속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아림은 전반 활약에도 후반을 모두 파로 마무리하며 최종합계 8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장하나 역시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되레 1타를 잃고 7언더파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오지현(23)은 17번홀 홀인원을 더해 최종합계 이븐파 공동 37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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