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공간 개방한 LG 덕에 新사업 빨라졌어요"

입력 2019-04-21 17:21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입주한 스타트업 가보니

임차료 없고 장비 마음껏 사용
8개 계열사가 컨설팅도 지원



[ 황정수 기자 ] 가상현실(VR) 자전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컨시더씨의 신재현 대표는 작년 초 프로젝트를 함께한 LG전자 직원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석 달 뒤 서울 마곡동에 문을 여는 LG그룹의 첨단 연구개발(R&D) 단지 ‘LG 사이언스파크’의 개방형 연구 공간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LG와 협력 관계에 있는 유망 스타트업만 입주할 수 있는데, 임차료가 무료인 데다 3차원(3D) 프린터 등 최첨단 장비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신 대표 마음을 움직인 것은 “LG 각 계열사가 컨설팅과 해외 진출을 도와줄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신 대표는 선뜻 개방형 연구 공간 입주를 결정했다.

지난 12일 개장 1년을 앞둔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E10동 지하 1층, 1322㎡ 규모 연구 공간엔 캐주얼 복장을 한 입주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의하고 있었다. 컨시더씨 사무실 문을 열자 VR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직원과 그 옆에 서서 모니터를 체크하고 있는 신 대표가 보였다. 직원 권유에 자전거에 올라 ‘알프스’ 코스를 선택하자 오르막 도로 영상이 나왔다. 페달을 밟은 지 3분도 안 돼 셔츠가 땀으로 축축해졌다. 신 대표는 “야외 자전거 도로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말했다.

컨시더씨는 도로 영상을 100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사이니지)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LG전자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 사업부도 상업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컨시더씨를 돕고 있다. 신 대표는 “LG가 인증한 스타트업이란 인식 덕분에 신사업 추진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입주 전 2명이던 직원도 15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LG 오픈이노베이션(외부 스타트업 육성) 전략의 장점은 여러 계열사가 함께 지원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LG 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8개 LG 계열사로부터 사업 아이디어와 관련해 동시에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미지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게 주력 사업인 입주 업체 퍼널 사례가 대표적이다. 퍼널은 LG CNS와 협업 중인데 앞으로 LG전자, LG유플러스 등 다른 계열사와도 공동 사업을 할 예정이다.

입주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LG와 협력 관계인 국내 스타트업만 입주할 수 있지만 해외 기업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는 LG 사이언스파크 내 통합지원센터, 공동실험센터, 각 연구동 등에 추가 연구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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