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독립성 떨어지는 기금운용위…자산배분 발목 잡아"

입력 2019-04-21 17:25   수정 2019-04-22 15:23

국민연금연구원 정책보고서

"해외·대체투자 확대 위험하다"
노동계 위원들 일관되게 반대



[ 유창재 기자 ] “그거 위험한 투자 아닙니까?”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한 위원들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해왔다. ‘위험한 투자’라는 인식에서다. 그러면서 위험자산 중 하나인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금 규모에 비해 협소한 국내 자산 시장에 투자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게 더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가 자산 배분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일관된 논리 없이 국민 노후 자금의 효율적 운용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연금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열린 65차례 기금위 회의록을 분석한 정책보고서를 내놨다. 정지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 손경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원상희 주임연구원 등 연구팀은 자산 배분, 환헤지정책, 의결권 행사, 위탁운용, 목표초과수익률 등 5가지 의제에 대한 기금위 논의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등 근로자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위원들은 해외투자 확대를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연구팀은 오히려 “국내 투자 비중이 높아 국제 분산투자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는 ‘홈바이어스(국내 위주 투자)’를 해소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노동계는 대체투자와 외부 위탁 운용을 늘리는 것에도 반대해왔다.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기금위가 이런 입장 차이를 조율하기보다 ‘일단 이번에는 원안대로 의결하고 다음 회의에 제기된 사항을 논의하자’는 식으로 결론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회의 방식이 자산 배분 체계 개선과 자산 배분 변화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금위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당연직으로 참석한 한 정부부처 차관은 회의에서 “국민연금 납부로 유효수요가 줄어든 만큼 국민연금 기금이 거시경제에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연금을 재정정책에 활용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정책논리는 국민연금의 독립성뿐 아니라 안정성과 수익성까지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으며 정부, 재계, 노동계, 지역가입자 대표, 관계전문가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성 위주로 구성하다 보니 전문성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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