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5G폰도 폴더블폰도 늦었지만…애플은 늘 그랬다

입력 2019-04-22 08:56   수정 2019-04-22 10:32

삼성·화웨이 등 5G, 폴더블폰 출시…애플은 소극적
5G칩 수급 가능해졌지만 연내 5G 아이폰 보기 어려워
애플, 트렌드 따라가기보다 우선적으로 시장 관찰

스마트워치·MP3·대화면·페이스ID·터치ID 등 해당
"삼성·화웨이의 시행착오 분석해 최적화 제품낼 것"




5G, 폴더블 스마트폰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 찍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결과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5G폰이 시장에 나오고 폴더블폰 출시 일정이 잡히면서 소비자의 시선은 빠르고, 접고, 펴는 기술로 꽂히고 있다.

5G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포문을 열고 LG전자가 뒤를 이었다. 양사는 다음달부터 미국과 유럽에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V50 씽큐'를 각각 출시하며 기선제압에 나선다. 앞서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지난 5일 갤럭시S10 5G를 내놨고, LG전자는 5G 품질 이슈로 조금 연기됐지만 늦어도 다음달 초 V50 씽큐 판매에 돌입한다.

폴더블폰도 삼성전자가 먼저 내놨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미국에 이어 다음달 3일 유럽 15개국에서 '갤럭시폴드' LTE 모델을 출시한다. 갤럭시폴드는 국내에선 5월 중순부터 5G 모델로 판매된다. 중국의 화웨이도 7월 폴더블 '메이트X'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화웨이의 첫 5G폰이기도 하다. 이를 기점으로 화웨이는 다양한 5G폰들을 내놓는다고 공표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신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애플의 침묵이 더 도드라진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1월에 ‘접을 수 있는 유연한 전자기기’ 기술 특허를 출원한 것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애플이 5G 모뎀칩 공급사 퀄컴과 2년 간 계속된 법정 소송을 타결하면서 5G폰 출시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연내 5G 아이폰을 보긴 어렵다. 일반 부품과 달리 5G 모뎀칩을 탑재하기 위해선 최적화, 테스트 등 만만치 않은 과정들을 거쳐야 해서다.


과연 애플의 속내는 뭘까. 준비를 안한걸까. 못한걸까. 이는 애플의 과거를 더듬어보면 명확히 읽힌다. 애플은 최고를 위해 최초를 포기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새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일단 지켜봤다. 자발적 후발 주자로서 앞서 나온 제품들의 단점을 보완하며 최적화에 주력한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워치와 MP3플레이어가 그랬다. 2014년 9월에 출시된 애플워치는 최초의 스마트워치는 아니었지만, 결국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혁신을 이끌었다.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해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정착시킨 게 주효했다. 지난해 애플은 2250만대의 애플워치를 출하해 스마트워치 시장의 50%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켰다.

아이팟도 늦게 시작해 독보적인 제품으로 거듭났다. MP3 플레이어 시장은 1998년 한국의 새한그룹이 엠피맨을 선보인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했다. 그러나 애플은 2001년 10월 아이팟을 출시하며 미국 디지털 음악 재생기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시장 개화 3년만에 MP3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한 셈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기술에서도 최초와 거리가 멀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2011년 5.3인치 대화면 갤럭시노트를 공개한 지 3년 후에야 5.5인치 아이폰6플러스를 내놨고, 3년이 더 지나 OLED를 적용한 아이폰X(텐)을 출시했다. 터치 ID나 페이스 ID도 늦었다. 사실 아이폰도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니다. 1992년 IBM이 최초의 스마트폰 사이먼을 선보인 이후 15년이 지나서야 등장했다. 그럼에도 아이폰은 누적 판매량(2017년 10월 기준) 12억40만대를 돌파하면서 스마트폰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애플은 늘 그랬듯 급할 게 없다. 경쟁사들의 5G 폴더블폰에 대한 반응을 충분히 살핀 후 시장에 발을 담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앞서 나온 제품의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개선해 늦은만큼 완성도를 취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겪을 시행착오를 재료 삼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란 얘기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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