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뺀 최경주, 전성기 '탱크샷' 되찾다

입력 2019-04-22 16:04  

한때 선두경쟁 펼치며 분전
RBC헤리티지 공동 10위
13개월 만에 PGA 톱10



[ 김병근 기자 ] 군살은 빼고 전성기 시절 근육질 몸매와 샷감을 되찾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3개월 만에 ‘톱10’에 이름을 올린 ‘탱크’ 최경주(49) 얘기다.

최경주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골프링크스(파71·6990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RBC헤리티지(총상금 69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77타로 재미동포 케빈 나(미국) 등과 함께 공동 10위에 올랐다.

최경주가 PGA투어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새긴 건 지난해 3월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공동 5위)에 이어 13개월 만이다. 이번 시즌에는 처음이다.

최경주의 공동 10위는 코랄레스 챔피언십 성적보다는 낮다. 하지만 가치는 훨씬 크다는 평가다. RBC헤리티지는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등 최상위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푼타카나 챔피언십은 당시 같은 기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 플레이에 나가지 못한 중하위권 선수들만 출전해 B급 대회로 분류된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경쟁까지 펼쳤기에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일을 출발한 최경주는 2번홀(파5) 버디와 3번홀(파4) 보기를 맞바꾸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러나 4번홀(파3)과 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골라내며 한때 공동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끝까지 선두를 지켰다면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이후 8년 만에 우승컵을 품을 뻔했다.

7번홀(파3)과 8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내주며 팽팽했던 선두경쟁에서 뒷걸음질친 게 아쉬웠다. 후반에도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았지만 17번홀(파3), 18번홀(파4)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해 1오버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이번 대회까지 5개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가 선두 경쟁을 펼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6월 도진 허리 통증이 전화위복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에서 부상을 치료하며 체중을 14㎏이나 빼고 근육질 몸매와 샷감을 상당 부분 되찾아서다.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갑상샘 종양도 제거했다. 최경주는 오는 26일 열리는 취리히클래식에서 다시 한 번 통산 9승에 도전한다.

RBC헤리티지 우승컵은 ‘타이거 키즈’인 대만의 판정쭝(28·사진)이 꿰찼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24만2000달러다. 대만 선수가 PGA투어 정상에 오른 건 1987년 전쩌중 이후 32년 만이다.

“타이거 우즈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랐다”는 그는 “PGA투어 우승은 나에게 가장 큰 영광이자 성취”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즈는 1996년 PGA투어에 등장한 뒤 미친 듯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지금도 다를 바 없다”고 치켜세웠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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