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中 경제둔화 우려 여파
올해 투자 화두는 'AI·블록체인'
[ 황정환 기자 ]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금액이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2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의 투자유치 실적이 반토막 나는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인터내셔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1분기 VC 투자동향 보고서(Venture Pulse Q1 2019)’를 22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VC 투자금액은 모두 530억달러였다. 사상 최대였던 작년 4분기 710억달러 대비 25.4% 감소했다.
VC 투자건수 역시 올해 1분기 2657건으로 작년 2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 및 아시아 지역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중국에 대한 VC 투자는 지난해 4분기 101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58억달러로 42.6% 급감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 VC 투자액은 130억달러였다. 아시아 VC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2분기(약 900억달러)와 비교하면 85.6%나 줄어든 수치다. KPMG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의 부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은 아시아와 달리 대체로 선전했다. 올해 1분기 미국에만 326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분기별 투자금액 기준 지난 7년 새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유럽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사상 최대인 65억달러의 투자를 끌어모았다.
올해 1분기 가장 큰 금액을 유치한 회사는 위컴퍼니로 50억달러를 손에 쥐었다. 위컴퍼니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교육, 주거 분야 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 1월 출범시킨 회사다. 동남아 최대 승차공유 플랫폼 그랩도 45억달러를 유치했다.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은 모두 24곳이 새로 탄생했다. 미국이 15개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중국(4개), 인도(2개), 호주(1개), 프랑스(1개), 독일(1개)이 뒤를 이었다.
KPMG는 최근 선진국 시장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관심은 동남아·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급결제 및 대출, 공유자전거, 배달음식 등 분야에서 선진국 투자가 포화상태에 도달해 새로운 투자처 모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소프트뱅크가 중남미 스타트업에 투자할 50억달러의 펀드를 조성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VC업계는 지난해 개발도상국 투자가 8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김이동 삼정KPMG 전무는 “올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분야가 VC업계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은 공급망 관리 및 사물인터넷(IoT) 등 솔루션 수요 증가로 블록체인 투자가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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