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4558만년 걸리는 계산…슈퍼컴 '알레프'는 1초면 해결

입력 2019-04-22 17:42  

대전 기초과학硏서 25일 가동
장기 기후변화 관측이 주요 임무



[ 이해성 기자 ] ‘1초에 1437조 번’ 유리수 사칙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가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들어선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오는 25일부터 슈퍼컴퓨터 ‘알레프’(사진)를 가동한다고 22일 밝혔다. 알레프는 히브리어의 첫 번째 글자 발음으로, 수학에선 무한한 수를 뜻한다.

알레프의 초당 유리수(최대 15자리) 계산 속도는 1.437페타플롭스(PF)다. 1PF는 1초에 1000조 번 연산이 가능한 속도다. 즉 36.1896… 등으로 15자리까지 이어지는 유리수 간 사칙연산을 1초에 1437조 번 할 수 있다. 이는 세계 76억 명 인구가 각자 초당 계산 19만 건을 하는 속도와 비슷하다. 또 한 명이 초당 한 번 계산한다고 하면 ‘4558만9167년’이 걸리는 문제를 알레프는 단 1초 만에 해내는 셈이다.

알레프의 저장용량은 약 8740테라바이트(TB)다. 영화 한 편 크기를 4기가바이트(GB)로 볼 때 217만여 편을 저장할 수 있다. 알레프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상청에 이어 공공기관에 들어서는 세 번째 슈퍼컴퓨터다. 다만 처리 속도는 두 기관 슈퍼컴퓨터보다는 느리다.

알레프의 주요 임무는 장기적인 기후변화 관측이다. 수많은 변수를 토대로 미분방정식을 풀어내 20~30년 후 기후변화를 파악한다. 변수는 바다, 땅, 대기, 극지방 등 지구 권역별 온도·습도·강수량 등 기후 데이터와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 데이터, 태양복사 에너지데이터 등 무궁무진하다.

예보가 빗나가는 일이 잦은 기상청 슈퍼컴퓨터보다 떨어지는 연산능력으로 장기 기후 예측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허무영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사람에 비유하면 날씨는 기분, 기후는 성격에 해당한다”며 “예측 불가능한 단기 변수가 많은 날씨 예측보다 장기 기후 예측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알레프는 미국 슈퍼컴퓨터 전문 업체 ‘크레이’가 만들었다. 가격은 약 100억원이다. 김두철 IBS 원장은 “알레프는 기후 관측뿐 아니라 이론물리, 계산과학 등 기초과학 경쟁력을 끌어올려 세계적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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