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영의 논점과 관점] 갈길 먼 '5G 뉴딜'

입력 2019-04-23 18:07  

양준영 논설위원


[ 양준영 기자 ] “2026년 생산액 180조원, 수출액 730억달러(약 83조원)를 달성하고 일자리 60만 개를 창출하겠다.”

지난 8일 ‘세계 최초 5세대(5G) 통신 상용화’ 기념 행사에서 정부가 제시한 목표다. ‘5G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5G+(플러스) 전략을 통해 2026년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인 만큼 꽤 공을 들여 산출한 수치일 것이다. 세계 통신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IBK경제연구소)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무모해 보인다. 그만큼 5G가 경제와 산업에 가져올 파급력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장밋빛' 5G 플러스 전략

180조원은 올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제2의 반도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부는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 드론, 로봇 등을 10대 핵심 산업으로 선정했다. 자율주행차,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실감콘텐츠 등 5대 핵심 서비스는 5G+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업에서 해외 기업들에 뒤진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5대 핵심 서비스 역시 규제 장벽에 막혀 사업화가 힘든 것 투성이다.

원격의료(디지털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의료계 반발과 규제에 막혀 20년째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다. 드론과 자율주행차도 까다로운 규제로 기업의 불만이 높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사업화와 기술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 권위자인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가 토르드라이브를 창업했다. 정부가 내놓은 구급차와 병원 간 5G 응급의료 서비스,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 등은 민간 시장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낙관적인 상황만을 가정해 5G의 미래를 온통 장밋빛으로만 보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5G는 기존 4G(LTE)와 질적으로 다른 통신기술이다. 4G보다 20배 빠른 속도 외에도 초연결, 초저지연 특성을 갖는다. 1㎢ 면적 안에서 100만 개의 센서·기기와 연결이 가능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반응 속도(0.001초)를 나타낸다.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공장을 구현하고 자율주행, 실시간 로봇·드론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인프라다. 5G가 혁신적인 융합 서비스와 신산업을 창출할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부가 한밤중 기습 개통이라는 소동을 벌이면서까지 ‘최초 상용화’ 타이틀에 집착한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5G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야 국경을 넘어 5G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5G다운 서비스 하나 없는 ‘반쪽 상용화’가 됐다. 기껏 내놓은 게 VR 야구 생중계 정도다. 품질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규제 못 풀면 신산업 힘들어

업계에선 “대통령 행사까지 마쳤으니 정부는 광을 다 팔았고, 이제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 아니겠냐”는 비아냥이 들린다.

5G의 성패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융합산업 창출에 달려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으로 5G 관련 규제는 ‘네거티브’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다. 5G 시대에 걸맞게 파격적으로 규제를 혁파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5G 기반 융합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처 간 정책협력을 강화하고, 규제를 걷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초 상용화를 위해 매달렸던 그 열정을 규제 완화에 쏟을 때다.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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