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투자상품으로만 여기고 셰어하우스를 시작했다가 1년 만에 못하겠다고 접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한달 만에 월세 받는 셰어하우스 재테크'의 저자 이경준 양드레하우스 대표(사진·43)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공유주택) 사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현재 서울에서 11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11개 지점을 내는 데 투자한 돈이 1억3000만원, 만실이 되면 월 수익은 1000만원 정도 된다. 단순 계산해 1년에 투자금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셰어하우스 사업에서 수익보다 중요한 것이 운영자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빌딩 회의실에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사업 철학과 그간의 경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일본 연수 중 직접 경험한 셰어하우스"
이 대표가 셰어하우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18년 전 기억 때문이다. 그는 25살이던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셰어하우스라는 주거문화를 처음 접했다. 일찍이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친한 친구가 그에게도 함께 머물기를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주하게 됐다.
그 곳에 사는 동안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살을 부비며 지냈다. 비슷한 나이대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과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반핵시위를 하는 미국 대학생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는 일본 청년까지 삶의 모습도 다양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며 이 대표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그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생각이 트이더라"며 "나같은 학생들이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 시절의 일을 다시 떠올린 것은 3년 전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였다. 20~30대 젊은층의 재무상담을 주로 맡으면서 일본 셰어하우스에서 지냈던 20대를 돌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때 들었던 막연한 생각을 이제라도 실행에 옮겨보자 싶었다. 그렇게 셰어하우스에서 접한 지 15년 만에 직접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다.
◆ 매입보다는 수익률 높은 전대 활용
처음에는 집을 매입하려고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3~4개월 정도 학원을 다니며 매진했지만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만큼 좋은 입지에 저렴한 물건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전대(轉貸)'였다. 먼저 집을 빌린 다음, 빌린 집을 다시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투자금이 많이 들지 않으니 수익률도 높고 사업을 확장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바로 집 주변인 강남에서 방 4개, 화장실 2개로 구성된 복층 빌라를 월세로 구했다. 2인실 2개와 1인실 2개로 구성돼 6명이 같이 살 수 있는 구조다.
초기 투자금은 종잣돈 3000만원이 전부였다. 보증금으로 2000만원을 내고 인테리어에 1000만원 정도를 들였다. 그는 "보증금은 돌려받는 돈이니 결국 1000만원으로 창업이 가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시작 1년 만에 6개 지점을 열었다. 이후 추가로 5개 지점을 더 오픈했다. 11개 지점 중 작은 곳에는 4명이 살기도 하고 큰 곳은 9명이 사는 곳도 있다.
규모에 따라 수익도 천차만별이다.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에게 월세를 받아 집주인에게 다시 월세를 내고 남는 돈이 수익이다. 지점별로 70만~80만원이 남는 곳도 있고 200만원 이상 수익이 나는 곳도 있다.
이 대표는 "보통 방 3개로 구성된 집일 경우 입주자들에게 총 23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는데 집 주인에게 130만원을 내고 나면 100만원 정도가 남는다"며 "이정도 수익이 나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대를 활용한 셰어하우스는 갭투자나 재개발·재건축 투자처럼 억대 시세차익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이 안정적이고 위험성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일부 공실이 난다고 해도 투자금 자체가 크지 않으니 손실도 적다.
◆ "입주민 간 의견조율까지 도맡아야"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셰어하우스 운영자는 입지를 선정해서 집을 구하고 수익을 고려해 월세를 맞추고 입주자 모집을 위한 광고까지 도맡아 한다. 지점 관리와 입주자간 의견 조율 등도 운영자의 몫이다.
이 대표는 일주일의 절반은 사업 확장을 위해 집을 보러 다니고, 나머지 반은 기존 지점을 돌아다닌다. 커튼 교체부터 하자보수까지 하나하나 직접 관리한다. 다른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입주자가 있을 경우, 여러차례 주의를 주고 강제퇴실시키기도 한다.
이 대표는 "공용 주거시설이다 보니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며 "원칙을 명확하게 세워두고 일일이 교육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전에 이런 고충에 대한 고민 없이 셰어하우스를 투자상품으로만 보고 뛰어든다면 얼마 안 가 지치게 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특히 '그냥 세입자를 받으면 월세가 100만원인데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면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겠지'라는 식의 단순 계산을 가장 우려했다. 수익이 두배가 되려면 세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에는 셰어하우스도 점점 전문화되고 고급화되는 추세인데다 수요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어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하면 도태된다"고 강조했다.
◆ "젊은이들이 성장하는 공간 만드는 게 목표"
이 대표가 운영하는 양드레하우스는 '양들의 하우스'를 발음나는대로 쓴 것이다. 양의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담은 양드레하우스에는 '젊은이들끼리 교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이 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다.
외국인 입주자를 꾸준히 받는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한때는 외국인 입주자가 전체 입주민의 15%에 달했다. 지금도 2~3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입주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모임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새로운 입주자를 들이면 환영회를 열고 여름이 되면 수박을 돌린다. 학생들로 구성된 지점에서는 개강 및 종강 파티도 지원한다.
일부 개인사업자들은 거실을 없애고 가벽을 세워 방을 더 만드는 식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이 대표는 이런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셰어하우스의 매력은 공용 공간인 거실에서 서로 부대끼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거실을 없애고 방을 촘촘히 설계한다면 변종 고시원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올해 양드레하우스를 법인으로 전환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외국인 입주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해 글로벌 셰어하우스를 꾸리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지점간 입주자 교류의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아직 국내에서는 셰어하우스가 하나의 주거문화로 뿌리내리지는 못한 것 같다"며 "초기단계인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주거문화가 되느냐, 투자상품으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사진·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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