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인 부부가 있다.
아내는 건강 상의 문제로 잠시 휴직 중이고 아직 아이가 없어서 아직까지 신혼부부 느낌으로 살고 있었다.
아내 A씨는 예쁜 음식 사진을 올리는 SNS 등을 참고해 보기좋게 아침마다 브런치 처럼 차려줬고 남편 B씨는 "행복하다"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B씨는 "이제 아침에 더 일찍 출근해야 한다"면서 "준비하느라 고생하지말고 푹 더 자"라고 A씨를 배려해 줬다.
그 즈음부터 야근도 부쩍 늘었지만 별 생각없이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출근한 뒤 집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B씨가 휴대전화를 두고 나간 것이었다.
휴대전화에 뜨는 이름은 '△△팀 ○○○'였다.
A씨는 회사 일인가 싶으면서도 '내 전화도 아닌데 받지말자' 싶어 내버려 뒀다.
약 2분 후 울린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
"과장님♥ 오늘은 믹스커피 마시고 싶어요♥"
알림창을 통해 보이는 메시지는 이랬다.
이 메시지를 본 A씨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고 그러는 사이 출근했던 B씨가 급히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A씨 손에 자신의 휴대전화가 있는 걸 본 그는 "핸드폰 두고 갔네~ 하하" 이렇게 어색한 말을 남기고 나가버렸다.
어쩐 일인지 그날 칼퇴한 B씨는 "요즘 바쁘다고 못챙겨줘서 미안해"라면서 음식을 잔뜩 사왔다.
남편을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A씨는 그런 B씨의 모습을 보는 순간 '찔려서 그러는구나'싶어 따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 뭔데 자기한테 ♥붙이면서 카톡 하는거야?"
"회사 여직원인데 애교가 많은 스타일이라 회사 사람들한테 모두 하트를 붙히더라고."
"그럼 믹스커피 마시고 싶다는 말은?"
"그게...사실 카풀을 시작했는데 아침마다 내가 그 여직원 마시라고 차량용 포트기에 믹스커피/블랙 커피/율무차 이런 차들을 매일 타주고 있었거든."
"뭐? 카풀? 언제부터 했는데?"
"한달 조금 넘었어. 겨울에 눈 많이 오는 날 퇴근하면서 데려다 줬더니 아침에도 태워달라고 징징거리면서 부탁하길래 어쩔 수 없이..."
"그런 얘기를 왜 여지껏 안하다가 이제서야 해?"
"그거야 자기가 기분 나빠할까봐 못했지."
A씨는 카풀 얘기를 듣는 것도 화가 났지만 매일 아침마다 차량용 포트기로 커피를 타줬다는 말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차에 여러 가지 차가 준비되어 있고 율무차를 끓여주길래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날 위해서 챙겨주는구나' 생각했던 자신이 비참해졌다.
"그럼 차량용 포트기도 그 여자 때문에 산거야?"
"그 직원 손이 너무 차길래 겸사겸사 산거야."
"손이 찬 걸 어떻게 알지?"
"......."
여기까지 대화하던 A씨는 남편에게 "당장 나가라"고 화를 냈다.
남편은 용서를 빌다 A씨 태도가 완강하자 시댁으로 향했다.
시어머니에게 "무슨 일 있냐"는 문자가 왔지만 답할 의욕도 없었다.
다음날 집에 온 B씨는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용서가 되겠냐만은, 사실 어린친구가 차 태워 달라고 해서 그냥 생각없이 태워준 건데 솔직하게 재미있었다"면서 "그 여자애를 어떻게 해보고 싶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새로운 이성과 새로운 환경 그 자체가 재밌었던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A씨가 "차려주는 아침밥도 안먹고 나갈 정도로 좋았냐"고 묻자 B는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A씨는 "남편은 아무일 없었다고 하지만 그게 연애가 아니면 뭔가. 남편이 정말 뻔뻔스럽고 비겁하다"면서 "'정말 카풀만 한건가? 손까지는 잡은것 같은데 바람인가?' 혼란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녹음이나 증거를 안 남겨놓았나. 남편이 그렇게 나오면 블랙박스부터 가져오라고 했어야 한다", "나중에 이혼할 때 유리한 증거가 필요하다", "배신은 배신이다.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상보다 그 여자 율무차 타주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는 얘기 아닌가. 그건 바람이 확실하다"고 공분했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와 같이 남편이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보인 사실은 확인되는데 불륜에 대한 명확한 물증이 없는 경우에도 이혼이 성사될 수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성과 단순히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 예를 들어 스킨십을 하거나 애정표현을 하거나 할 경우에는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아내는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면서 남편과 여성에게 동시에 또는 따로 위자료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혼을 하지 않고 그 여성만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소송을 하려면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혼 재판에서 만약 증거가 없으면 이혼 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이혼이 되지 않으면 당연히 배우자에게 위자료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혼 소송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이혼재판에서 유책주의와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법원에서는 당사자가 주장을 하면 그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한다.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억울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혼을 대비해서 증거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이유로 배우자를 미행해서 사진을 찍거나 배우자의 이메일이나 핸드폰을 몰래 보고 증거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심지어는 배우자 몰래 녹음이나 위치추적을 하거나 심지어 해킹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불법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증거가 없으면 인정받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시스템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만든 것일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하루빨리 파탄주의를 적용해서 증거가 없어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권리를 구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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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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