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례 중 32%가 가상화폐
1인당 평균 6910만원 떼여
[ 임현우 기자 ] 지난해 A사는 자체 개발한 ‘만능 코인’이 곧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해 큰 수익을 낼 것이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 회사는 6주 안에 50%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코인은 올해 1분기에도 거래소 상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A사를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서민을 등치는 유사수신 사기가 핀테크(금융기술)와 블록체인이라는 탈을 쓰고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 및 상담은 889건으로 1년 전(712건)보다 25% 늘었다.
이 중 수사당국으로 이첩된 사례 139건을 분석한 결과 가상화폐 관련 피해가 44건(32%), 합법적 금융상품을 가장한 피해가 65건(47%)으로 주류를 이뤘다. 반면 부동산·쇼핑몰 개발 등을 내세운 유사수신은 전년 대비 54% 급감한 30건에 그쳤다.
금감원에 따르면 B사는 해외에 가상화폐 거래 로봇을 두고 있다며 “1800만원을 투자하면 6주 뒤 3000만원이 된다”고 홍보했으나 만기가 닥치자 전액 재투자를 강요하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C사는 절대 손실을 보지 않는 선물·옵션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술기업으로 포장했다. 3개월 수익률 20%를 약속하는 지급보증서까지 써줬지만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유사수신 피해자는 60대(41%)와 30대(37%)가 가장 많았고 1인당 평균 6910만원을 떼였다. 유진혁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부국장은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하면 일단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며 “그렇게 좋은 기회면 업자 혼자 독차지하지 왜 투자를 받겠느냐”고 말했다. 유사수신 업체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금감원의 피해 구제도 받을 수 없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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