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목소리와 다행이라는 분위기 상존
출시 전 화면 결함 발견되며 개선 충분
쇼크라고 한다. 갤럭시노트7 악몽이 재현됐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화면 결함 논란으로 글로벌 출시 일정이 미뤄진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를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논란의 시작은 삼성이 미국 기자, 리뷰어에게 제공한 갤럭시폴드의 시제품에서 화면 결함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수십대의 리뷰용 제품 중 문제가 된 건 4대. 두 대는 화면보호막을 강제로 떼어내 문제가 생겼다. 다른 한 대는 디스플레이 안쪽 이물질 유입으로 화면이 손상됐다. 나머지 한 대는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는 ‘힌지(경첩)’ 부분의 상단과 하단에 있는 각 0.6∼0.7cm 크기의 틈 사이로 충격이 가해져 생긴 결함이었다.
미국에서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노골적 삼성 때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정이 실렸다. 삼성은 결국 예정된 출시 일정을 미뤘다. 사실상 결함을 인정한 것이다. 삼성은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화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며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체면보다 실리를 택한 결정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갤럭시폴드 화면 결함 자체는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룬다. 품질 불량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일부에서 갤럭시폴드 결함을 갤럭시노트7 소손 사태와 견주며 부정적 여론을 키운다는 것이다. 삼성의 위기론까지 들먹인다. 과연 이번 갤럭시폴드 결함이 삼성의 신뢰도를 다 태워버린 갤노트7 발화와 비견될 정도일까.
갤럭시폴드와 갤노트7 사태는 품질 문제로 야기됐다는 것 외엔 공통점이 없다. 오히려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갤럭시폴드가 출시 전 리뷰용 제품에서 결함이 발견된 반면 갤노트7은 정식 출시 후 발화 사고가 터졌다.
출시 전과 출시 후는 소비자 피해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다. 갤럭시폴드 결함 논란은 출시 전 발생한 일이니 당연히 피해자가 없다. 소비자용으로 대량 양산되지 않아 공정상 문제를 풀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갤노트7 사태는 모든 사용자들이 잠정적 피해자였다. 삼성은 제품을 리콜, 보상하면서 수조원대의 금전적 손실과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사태의 심각성에서도 차이가 크다. 갤럭시폴드가 사용성을 떨어뜨리는 일반적인 결함 수준에 그친 반면, 갤노트7은 사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발화 사고의 원인이 됐다.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이후 삼성 내부에선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안도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우선 불확실성이 1세대 제품의 숙명일지라도 제품 결함에 대해선 각성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갤럭시폴드가 사실상 최초 폴더블폰으로 평가받는만큼 더 철저한 품질 테스트가 필요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잖다.
동시에 안도감도 감돈다. 출시 전 문제점을 발견하면서 소비자에게 보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출시 연기는 매를 먼저 맞는 심정"이라며 "보다 완벽한 갤럭시폴드를 만드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반성과 기대감을 함께 드러내기도 했다.
갤럭시폴드는 당초 오는 26일 미국에서 첫 출시 이후 5월 3일 유럽, 5월 중순 국내에서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함 논란으로 짧게는 수 주에서 길게는 1∼2개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와 같은 달인 7월에 출시될 수도 있단 얘기다.
결함을 인정한 이상 삼성은 급할 게 없다. 늦더라도 무결점의 폴더블폰으로 기술력을 증명해야 한다. 최초 타이틀을 얻기 위해 덜컥 출시했다가 결함이 또 발견되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땐 언론이나 리뷰어가 아닌, 갤럭시폴드에 지갑을 연 소비자가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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