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원화 약세)은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를 불러오는 요인이다. 기업들의 실적부진과 높은 주가수준을 감안하면 당분간 관망하라는 권고다.
25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30원 오른 115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1161.40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60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3월10일(1161.2원)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1분기 한국 경제가 전분기보다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자 원화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다. 2009년 3분기(0.9%) 이후 9년 반 만에 최저다.
통화의 가치는 그 나라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수급적인 요인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배당금 지급과 유가 상승으로 달러 수요가 일시적으로 많아지면서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선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원유 수입금액이 10억달러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은 연간 11억배럴, 월 평균 930만배럴을 수입한다. 원유 수입량은 2018년 국내총생산(GDP)의 5.0%를 기록하는 등 유가 변화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제재 유예가 종료되는 5월2일 이전에 미리 원유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늘어났을 것으로 봤다.
원화 약세의 또다른 수급적 요인은 외국인 배당금 송금이다. 4월에는 배당금 송금이 몰려 있다. 5월 이후에는 배당금 지급이 줄기 때문에 외환 시장의 달러 공급 부족은 어느정도 해결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원화도 약세에서 벗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원화 약세 상황은 외국인의 관점에서 국내 주식 등 원화 자산 투자에 부정적이다. 1달러로 1140원의 원화 자산을 샀는데, 환율이 1158원이 되면 달러 환전시 단순 계산해 18원의 환차손을 보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약세는 외국인의 기대수익률을 낮춰 매수세 유입을 약화시킨다"며 "국내 수출기업에게는 환차익이 기대되는 요인이지만 이는 추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원화약세에 따른 수출기업의 이익 증가 정도는 당장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국내 증시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전고점에 다가선 높은 주가수준 부담을 맞이하고 있다.
이 팀장은 "코스피는 당분간 2150~225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2150선 아래서는 저가매수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지금은 관망해야 하는 위치"라고 했다. 현재의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개선 가능성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봤다. 관건은 중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의 강도란 판단이다.
코스피지수는 현재 0.26% 하락한 2195.32를 기록 중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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