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일본 초고속열차 신칸센은 소고 신지 일본 국유철도 총재의 ‘서번트 리더십(섬김의 지도력)’ 덕분에 탄생했다. 당시 철도 기술자들은 시속 200㎞ 이상 열차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항공부문의 신진 엔지니어들은 레일 위 진동 문제만 해결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소고 총재는 신진 엔지니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의회와 세계은행 등을 설득해 예산을 마련했다. 소고는 총재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대신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려 부하 직원을 지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연장자가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려면 지배형 리더십에서 탈피해 서번트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은 빠르게 퇴화하는 중년 아저씨들이 ‘꼰대’가 아니라 ‘꽃중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정보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연장자는 조직과 공동체에서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이자 지혜의 보고였다. 하지만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장자의 경험은 쓸모가 줄어들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취득한다. 오늘날 ‘아저씨’란 호기심을 잃고 겸허함도 잃고, 새로운 것에 놀라며 계속 배우겠다는 자세마저 잃어버린 사람을 조롱하는 언어가 됐다.
저자는 그런 아저씨들이 다시 빛나게 재생하고, 미의식과 지적 전투력을 높여 꽃중년으로 도약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경험 자산을 활용해 후배들을 지원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법도 가르쳐준다.
저자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덕목으로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라고 권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경제, 예술, 과학 등에서 큰 업적을 남긴 91명을 연구한 결과 그들이 고령에도 창의성을 유지하는 공통점을 지녔다고 밝혔다. 그들은 항상 목표를 설정하고 계속 도전하기 때문에 고령이 돼도 지적 능력을 높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야마구치 슈 지음, 이연희 옮김, 한스미디어, 248쪽, 1만5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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