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계파별로 생각 제각각
내년 총선 위해선 당자금 필요
[ 고은이 기자 ]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대상 안건) 추진을 계기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사실상 ‘분당’된 상황이지만 당장 정계 개편이 일어나기보다는 내전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파별로 셈법이 복잡해 당장 단체 탈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이유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25일 당 수석대변인직을 자진 사퇴했다. 김 의원은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에 참담했다”며 “지도부 의견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 수석대변인직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날 오 의원 사·보임 반대 문건에 서명한 의원은 13명. 바른정당계 8명 외에도 김삼화·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로 분류된 5명이 포함됐다. 바른미래당이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8명)와 국민의당 출신 중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계(8명),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호남계(9명) 등으로 쪼개지는 양상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26일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손학규 대표의 탄핵과 김관영 원내대표의 불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계파 간 대치가 과열되고 있지만 바른정당계는 탈당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계의 한 의원은 “손 대표 탄핵 등 당을 추스르고 지키기 위한 방식을 먼저 논의해 가능한 것부터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당장 탈당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탈당할 생각이 없다”며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탈당은 없다고 수차례 말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와 호남계가 각각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당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창당 과정에 한 게 없는데 왜 우리가 나가냐”고 되물었다. 당의 창업주인 유승민·안철수계 인사들과 힘을 합쳐 당의 리더십 교체를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탈당하면 50억원가량의 당 자금도 이용할 수 없게 돼 각 계파가 일단 ‘자리 지키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당에서도 당장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이탈과 재합류가 추진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 공천 등 기존 한국당 구성원과의 이해관계 문제로 예민해질 수 있다는 이유다. 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견해를 두고 벌어진 갈등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복당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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