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고집한 1기 경제팀
'소주성'은 결국 모래성…
[ 성수영/이태훈 기자 ]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10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마이너스 성장’ 징후는 지난 1년간 꾸준히 감지됐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지표가 줄줄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화된 지표가 나올 때마다 청와대 참모들은 “경제 체질이 바뀌는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거나 “성장통”이란 말만 반복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하는데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한 ‘1기 경제팀’이 ‘성장률 참사’를 낳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곧 좋아진다고 하다 골든 타임 놓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대사)은 여러 차례 “기다리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해 8월에는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연말쯤에는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가 11월에는 “내년(2019년)에는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은 소득주도성장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다”(2018년 10월 17일)는 게 그의 논리다.
장 전 실장과 ‘엇박자’를 내는 듯했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결과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을 충실히 실행에 옮겼다는 평가다. 김 전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 조절은 필요하지만 방향은 맞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지난해 한 포럼에서는 “상승 국면으로 가기 위해선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기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전직 장관은 “김 전 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 과속에 제동을 거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보면 결국 다 청와대 뜻대로 됐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신봉’하는 참모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지난해 6월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는 홍 전 수석의 주장을 그대로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3월 1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세계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됐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지표만 보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정부 “모든 수단 동원하겠다”지만…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성장 둔화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모든 정책 역량과 조치를 통해 당초 목표로 제시한 2.6%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졌기 때문에 올해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상·하반기로 나눠 하면서 정책 ‘미세조정’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장밋빛 전망’도 그대로였다. 홍 부총리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1분기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미 최저임금과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관련 정책을 보완해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이라며 사실상 현재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만큼 재정을 더 풀기도 어렵고, 금리를 더 내리면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며 “세금을 내려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 저소득층에 더 많이 주는 것밖에 없으니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도 소용없다”고 비판했다.
성수영/이태훈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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