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혁신 없이 거품만 커진 中 스타트업

입력 2019-04-25 18:14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 강동균 기자 ] 중국 1, 2위 자전거 공유서비스 기업 모바이크와 오포가 이달부터 약속이나 한 듯 이용 요금을 올렸다. 1시간에 1위안(약 170원)에서 2.5위안으로 인상 폭은 2.5배에 달한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가격 인상이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2014년 창업한 두 업체는 2억 명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혀왔다. 각각 텐센트와 알리바바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창업 3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해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혁신적인 기술은 갖추지 못한 채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워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줄줄이 경영난 中 신생 벤처

중국에서 처음 자전거 공유서비스를 내놓은 오포는 한때 기업가치가 30억달러(약 3조4400억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파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가입자 1500만 명이 보증금(1인당 99위안)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모바이크 역시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가 자금난에 직면했다. 얼마 전 중국 최대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에 인수되면서 도산은 겨우 면했다. 모바이크는 중국 내 사업을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해외 사업도 정리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처럼 최근 중국에선 경영난에 빠지거나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스타트업이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아이우지우는 지난 1월 청산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14년 설립 이후 불과 1년 만에 3억500만달러를 끌어모으며 유니콘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도 적자가 쌓이자 올해 2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도 우후죽순 생겨났던 P2P(개인 간 거래) 업체의 파산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5~10년 내 90% 사라질 것

전문가들은 거대 내수 시장과 손쉬운 자금 조달을 기반으로 급성장해온 중국 스타트업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로 중국 내 벤처 투자는 급감했다. 작년 4분기 101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58억달러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스타트업의 ‘큰손’ 역할을 했던 중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올 들어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있다. 텐센트와 징둥닷컴이 임원 수를 10%가량 줄였고 알리바바는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했다.

중국 내에선 스타트업업계가 진정한 기술혁신보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와 자국 시장에 기대 덩치를 키워오다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이크와 오포, 디디추싱의 사업은 ‘공유 경제’란 말로 포장됐지만 기존의 대여·호출 서비스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스타트업 중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곳은 거의 없다”며 “중국 스타트업이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은 모두 허풍”이라고 꼬집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과대 평가됐던 중국 스타트업들이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며 90%가 앞으로 5~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한 벤처캐피털은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력과 내실을 다진다면 중국 스타트업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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